Master snorkeling in Hawaii
스노클링은 제주에서 여러 번 경험을 했지만, 하와이에서는 첫 경험이었다. 출발 전, 한국에서부터 아이들 장비를 재 점검했다. 스노클링 마스크도 입으로 무는 것 말고 코까지 덮는 걸 다시 구매하였고 오리발과 스노클링용 장갑까지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수영팬티 하나 달랑 입고 스노클링 마스크 쓰고 바다에 들어가는 외국인들 눈에는 너무 투머치 아닌가, 싶을 수도 있겠으나 하와이에 엄마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바다에 들어가려면 준비를 해야 했다.
에어비앤비 숙소마다 구명조끼를 갖추고 있긴 했으나 어린이 용이 준비된 곳도 아닌 곳도 있어서 우리는 스노클링 마스크, 구명조끼, 오리발, 장갑 등 가져온 모든 장비를 잘 사용했다. 뜨거운 햇살에 대비한 래쉬가드 마저도 하와이에선 필수였다.
허니문 때 체해서 즐기지 못했던 하와이의 자연을 엄마인 나도 제대로 즐기고 싶었다. 왜 하와이를 천국이라 부르는지 첫 여행에서 누리지 못했기에 아이 둘을 데리고 다시 온 하와이는 온몸으로 체험하고 싶었다.
빅아일랜드 코나의 카할루우 비치는 초보자도 스노클링을 즐길수 있는 난이도 하의 비치이다. 보호장비를 갖추고 조심조심 물에 들어갔다. 제주도의 현무암처럼 하와이 역시 화산활동으로 생긴 섬이라 카할루우 비치의 돌들도 매우 거칠었다.
처음에 맨발로 들어갔다가 살이 에이는 통증에 오리발을 착용했다. 물살이 매우 센 곳을 피해 적당한 곳을 골라 아이들을 풀어놓았다. 탐색을 하던 아이들은 곧이어 물속을 자유롭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스노클링을 즐기게 되자 나도 물속으로 얼굴을 넣고 자유롭게 유영을 해보았다. 생전 처음 본 무지갯빛의 물고기부터 니모, 옐로탱 같은 쨍한 빛깔의 하와이 물고기들이 사람을 피하지 않고 물속을 헤엄쳤다. 신기해서 물고기를 계속 따라가는데 곧이어 묵직한 무언가가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거북이다! 얘들아 거북이야!!" 아이들에게 거북이를 알려주려다 입에 문 호스를 놓치고 말았다. 아이들에 신경 쓰다 보니 정작 나는 스노클링 마스크에 호스를 단단히 부착하지 못했다. 호스는 거센 물살에 떠내려가 아무리 숨을 참고 바닷속을 헤집어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숨을 참으며 이후에도 거북이를 세 마리 더 보았다.
물속으로 휴대폰을 넣어 촬영을 했지만 이렇게 깨끗하게 나오지 않아 내가 보았던 하와이 바다의 가장 유사한 이미지를 핀터레스트에서 가져왔다. 물고기와 거북이가 사람을 피하지 않고 공존하는 생물인양 대하는 게 너무나 신기했다. 스노클링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지만, 나와 아이들은 물고기와 거북이를 따라 헤엄치며 자연스레 스노클링에 푹 빠져버렸다.
물론 수영실력이 좋았다면 구명조끼가 필요 없었겠지만 이상하게도 혼자서 잘 서지도 못할 정도로 물살이 거센 곳에 물고기가 떼로 몰려있었기에 물고기만 따라가다가는 나도 모르게 물살이 센 곳으로 가게 되어 구명조끼가 없었다면 조금 위험할 순간도 몇 번 있었다.
하와이 빅아일랜드 카할루우 비치에서 간식 먹고 스노클링 하며 반나절 이상을 스노클링 하며 놀았다. 한국에서 오리발을 꼭 구매해야 할까 고민했는데 산호초에 발 다칠 염려도 없고 스노클링 할 때 속도를 높여주었다. 우리 아이들처럼 스노클링을 즐기는 아이들이라면 오리발도 꼭 준비하라고 하고 싶다.
이 날의 스노클링이 얼마나 재밌었는지 다음날 찾은 하와이 빅아일랜드에서 아름답기로 손에 꼽는 매니니오왈라 비치를 아이들은 재미없다고 표현했다. 모래 비치라 스노클링보다는 서핑과 모래놀이로 많이 찾는 비치이다.
잠시 간식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종일 물에서 살았던 카할루아 비치.
우리 옆자리에 아이아빠가 물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허벅지부터 종아리까지 바위에 쓸려서 피가 철철 흘러 집으로 가려고 서둘러 짐을 싸기도 했다.
물고기와 거북이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다리 밑의 바위가 볼록 솟은 곳도 나도 모르게 지나가며 다칠 수 있다. 카할루아 비치는 앞에 보이는 것처럼 바위가 매우 많은 비치이다. 바위틈 사이로 많은 물고기가 떼로 몰려다니며 하와이에 온 것을 환영해 주는 듯했다.
하와이 여행 둘째 날인데 이날의 스노클링은 시작에 불과했다. 제주 바다와는 또 다른 하와이 스노클링에 눈 뜬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래쉬가드부터 챙겨 입고 오전에 한번, 숙소 갔다가 쉬고 다시 나와 오후에 한번. 하루 두 번씩 스노클링을 즐겼다.
만약 구명조끼를 가져오지 않았더라면 큰애, 작은 애 번갈아 잡아주다 스노클링의 참 맛을 모르고 갈 뻔했다.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스노클링 장비를 말리기 무섭게 젖은 옷을 입고 오후에 또 스노클링을 즐겼다. 둘째는 "나도 물고기가 된 기분이야"라며 황홀감을 표현하며 매일 스노클링 랩을 하기 시작했다.
하와이의 잘 보존된 자연이 경이로워 하와이 열흘 살기 중 빅아일랜드의 스노클링 스팟, 오아후의 스노클링 스팟은 다 가보았다.
얼마나 아름답던지...우리가 운이 좋았는지 스노클링 할 때마다 수많은 열대어와 세네마리의 거북이가 눈에 띄었다.
엊그제 뉴스에 하와이 주에서는 2026년 1월 1일부터 하와이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기후변화 세금을 걷겠다고 발표했다.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 세금을 걷는 것에는 찬성이지만, 하와이 물가의 고공행진에 이어 세금까지. 점점 하와이와 멀어지는 것 같아 슬프기도 하다. 천혜의 자연을 누리려면 그에 따른 대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와이에서는 스노클링 마스터 챔피언이 되어 보세요. 매일 물속을 들여다보았지만 보면 볼수록 아쉬움이 크게 남는 건 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