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부기, Kea와의 이틀밤
숙소 결정이 여행의
재미와 질을 높이는데
한 몫하는 건 여행을 할수록
느끼게 되는 부분이다
하와이 여행 일정을 짜며 호텔에서 편하게 잠만 자는 여행보다는 현지인과 아이들이 직접 부딪히는 시간을 늘려주고자 전 일정 에어비앤비를 고집했다. 총 3군데의 에어비앤비 중 빅아일랜드 코나에 이어 힐로는 두 번째 숙소.
집에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이 꿈인 아이들이라 일부러 동물이 많은 숙소로 예약을 하였다. 호스트 역시 내 아이 또래의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라 에어비앤비 숙소 예약 후 서로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안심이 되었지만 눈으로 보기 전까진 긴장이 풀리지 않는 법이다.
'찰카닥~'
메일로 알려준 비밀번호로 차고 게이트 문이 열리고 주차를 하고 호스트가 넣어놓은 비밀 장소에서 열쇠를 찾아 우리의 두 번째 에어비앤비 숙소 문을 열었다.
Meow~ 가장 먼저 마중 나온 개냥이 Kea:) 얼마나 사람을 좋아하는지 우리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힐로 에어비앤비 숙소의 키친. 위에 전기 인덕션 2구가 있어 꺼내서 쓸 수 있고 취사 가능. 게스트를 위해 코나커피를 비롯해 각종 차와 소스들, 아침에 먹을 오트밀과 쿠키는 이곳에도 준비되어 있었다.
"와~ 여기가 더 좋다! 코나도 좋았는데 여기가 더 좋아!"
코나에서 힐로까지 장장 두 시간의 운전 피로가 스르르 풀리는 마법 같은 순간이다. 우리의 도착 소리에 넓은 마당에 펜스 하나를 두고 사는 호스트가 나와 환영인사를 하고 키우는 애완동물 중 강아지 잭과 부기 두 마리와 개냥이 'kea'를 소개하며 이 세 마리는 거의 풀어놓고 기르다시피 하니 혹시 불편하면 말해달라 이야기한다.
한국에서 이메일 주고받으며 사진으로 봤을 때는 생후 1년 정도의 puppy라고 소개했는데 대형견이라도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퍼피라니. 부기가 둘째 별이를 쫓아다니며 계속 짖고 점프하며 터프하게 환영인사를 하는 바람에 아이가 무서워 울어버렸다.
호스트에게 혼나고 다시 점잖아진 잭과 부기는 별이가 적응할 때까지 호스트를 따라 집으로 들어가고 개냥이 kea는 아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우리 숙소에서 같이 살다시피 했다.
짐 옮겨놓고 아이들은 시리얼과 망고를 먹으며 잠시 쉬는 중. 빅 아일랜드 도착 첫날 코스트코에서 11불 주고 산 30개 들이 물 1박스. 절반이 남아 차에 싣고 왔다. 빅 아일랜드 머무는 6일 내내 셋이서 마시기 충분했다. 앞에 200여 평의 넓은 잔디가 펼쳐진 저녁노을이 바로 보이는 아름다운 우리의 에어비앤비 힐로 숙소.
해가 떴어. 문 열어라. 매일 노크하는 Kea
너무나 하와이스러운 인테리어가 멋진 힐로 숙소. 집주인의 정성이 구석구석 깃들어있다.
호텔에 예약했으면 체크인&체크아웃해야 하고 엘리베이터로 짐 옮겨야 하는데
차에서 짐 내려 숙소로 옮기기까지 3초.
주차도 짐 싣는 것도 이보다 편할 수가 없다. 이것 또한 에어비앤비의 장점 아닐까?
셋이 자도 넉넉한 킹침대. 가로로 누워서 잠시 눈을 붙였다. 코나에서 힐로로 넘어오는 고속도로 2시간의 운전이 너무 힘들어서 나는 힐로 숙소에 도착해 짐만 내려놓고 대자로 뻗어버렸다. 하와이는 동물들을 풀어놓고 기른다. 고속도로인데 옆에 양, 염소, 말, 닭들이 펜스 없이 뛰어다니다니! 도로 안으로 들어와 돌아다니는 동물들도 있었다.
거기다 코나에서 힐로까지 오는 두 시간 동안 해가 쨍쨍하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와 산 중턱을 지날 때는 차가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세차게 불더니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소나기가 퍼붓고 다시 해가 쨍쨍. 종잡을 수 없는 날씨와 갑자기 차로 뛰어들지 모르는 동물들 사이로 두 손으로 핸들을 꽉 붙잡고 잔뜩 긴장한 채로 운전을 했다. 한국처럼 휴게소나 간이 쉼터도 없고. 이 구간. 운전 난이도 상!
아이들이 두 시간 내내 쿨쿨 잠을 잤기에 망정이지 마음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운전했다. 내가 본 것만 동물의 사체가 5마리. 그 이상 세보진 않았다. 힐로의 날씨는 종잡을 수 없다더니 머무는 내내 쨍쨍해서 하루 한 번씩 무지개를 보여주던 코나의 날씨와는 정말 달랐다. 같은 빅아일랜드 섬인데 이렇게 분위기가 다르다니. 힐로는 비추하던 몇몇 글들이 떠올랐다.
첫째 아리(태명)가 내가 자는 동안 사진을 찍어놓았다. 둘째 별이는 이곳저곳 탐색 중. 별이가 보고 있는 커다란 유리병에는 집주인이 개미군단을 키워서 개미관찰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코나 숙소도 여행객을 위해 비치된 물품이 많았는데 힐로숙소는 더 업그레이드되었다. 확실히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 배려가 느껴져서 감동받은 포인트가 많았다.
코나 숙소에는 다녀가면서 남기는 여행객들의 메모장이 있어서 아이들과 간단하게 영어로 감사인사를 남기고 왔다. 힐로 숙소의 집 소개를 위한 앨범에는 호스트와 아이들 소개, 동물들 소개, 집에 구비된 물품들, 주변 맛집, 카페, 병원, 집 주변에서 갈 만한 관광지들이 mile로 자세히 표기되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이 앨범을 보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호스트는 마우이 화재 때 집이 모두 타버려 빅 아일랜드로 이주한 이재민으로 2마리의 개와 7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는데 대피 과정에서 주인을 잃어 직접 구조한 동물이거나 힐로에서 따로 구조한 동물도 있었다. 도착할 때 우리를 반가워하면서도 마구 짖던 개 부기가 구조한 개라 조금 예민하다는 글에 이제야 이해가 되면서 마음이 아팠다.
동물 하나하나 사진을 찍어 특징을 설명하는 사진첩과 숙박객이 동물들과 친해질 수 있도록 강아지와 고양이 간식, 여러 가지 보드게임, 아이들이 마당에 마음껏 그림 그리라고 색색깔의 분필까지 구비해 두어 그 따뜻한 마음씨에 머무는 내내 감동을 받았던 빅 아일랜드 에어비앤비 힐로 숙소.
숙소 복이 넝쿨째 만족도 높았던 숙소다.
호스트가 본인 아이들 소개하는 글 중 아이들이 7시에 스쿨버스를 타야 해서 나는 새벽 6시 전에 기상하니 무슨 일 있으면 새벽 6시부터 찾아와도 된다고 쓴 글을 보고 아침잠 많은 아리가 하는 말.
"미국은 좀 여유로울 줄 알았더니 7시에 학교를 가다니!! 난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매일 지각이네"
애들끼리도 놀게 해주고 싶었는데 학교를 일찍 가고 우리는 저녁 늦게 돌아오니 마주칠 일이 없어서 호스트도 나도 서운했다.
집 소개 앨범으로 호스트의 마음이 전달이 되어서 최대한 내 집처럼 깨끗이 쓰려고 아이들이 음식 먹을 땐 카펫 걷어두고 바닥 청소하고 다시 카펫 깔았다. 빅아일랜드 힐로 에어비엔비 숙소도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채널을 다 오픈해 놓아 심심할 틈이 없다.
코나에서 4일 내내 하와이 코스트코에서 산 스테이크를 구웠더니 애들도 나도 스테이크도 고기도 노놉. 힐로에선 요리를 하지 않고 사 먹었다.
스노클링 가기 전, 아이스박스며 비치 의자며 널어놓은 수영복 아이들이 알아서 짐 챙기는 중. Kea는 신나게 놀다가 우리가 외출준비하면 쓸쓸히 돌아선다. 금방 올게~ 이야기하는 별이.
누워서 노을 보던 엑스트라 베드와 강아지풀 뜯어서 신나게 노는 아리와 Kea.
Kea에게 완전히 마음을 빼앗겨버린 별이. 헤어질 때 울었다.
강아지 키우자에서 고양이 키우자로 바뀌어버림.
호스트에게 저 이제 적응됐으니까 잭과 부기 풀어주세요. 퍼피랑 놀고 싶어요 이야기하는 별이.
사방팔방 점프하고 애들하고 인사하느라 내가 사진 찍을 수 있게 호스트가 간식 들고 서있는 중.
앞에 잭은 온순한데 뒤에 부기가 경계심이 많다.
빅 아일랜드 힐로는 화산국립공원이 있는 곳으로 코나에 비해 비가 자주 내리고 맑은 하늘을 보기 힘든 곳으로 알려져 있다. 날씨가 궂은날이 많으니 코나보다 관광객이 더 적고 구석구석 정보가 알려진 곳이 많지 않아 여행정보를 검색해 보면 '힐로는 화산 말고는 볼 곳이 없다. 코나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면 좋을 곳'으로 소개한 글들도 보았는데 덜 알려진 만큼 우리에겐 보물 찾기처럼 재미있었다.
어디를 가려고 검색해도 정보가 잘 나오지 않고 직접 가보면 너무 좋은 곳이 많아서 코나에 3박 4일, 힐로에 2박 3일을 예약했는데 바꿀 걸. 좀 후회가 되었다.
떠날 때 어찌나 아쉽던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던 힐로 숙소.
하루는 화산국립공원 투어와 호스트 추천 맛집 탐방, 또 하루는 블랙샌드비치와 힐로 다운타운 탐방하면서 힐로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마지막날은 오전 8시 비행기로 오하우로 넘어가야 했는데 Kea도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새벽부터 짐 싸는데 캐리어 안에 들어가서 안 나오려 해서 같이 한국으로 올 뻔했다.
빅 아일랜드로 여행을 언제 또 갈지 모르지만 정이 듬뿍 들었던
호스트 레이철의 힐로 에어비엔비 숙소에 또 머물고 싶다.
잭, 부기, Kea도 볼 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