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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코나커피와 UCC 아포가토

빅아일랜드 Kona Coffee 예찬

by 열흘살기 전문가


악마같이 검으나 천사같이 순수하며
지옥같이 뜨거우나 키스처럼 달콤하다.



나는 20대 한창 일할 나이 땐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아니 커피 맛을 몰랐다. 그 쓰디쓴 맛이 뭐가 좋다고.

첫 아이를 출산하고 나서부터 두 시간마다 깨서 우는 아이를 보느라 잠이 쏟아져서 잠 깨려고 조금씩 홀짝이기 시작했던 믹스 커피부터 드립커피, 원두커피, 융 커피 등 다채로운 커피의 세계로 입문한 지 올해로 15년. 이제 눈 뜨면 따뜻한 물에 입 헹구고 커피 내리는 걸로 하루 루틴을 시작해서 하루 평균 2~3잔은 마시는 커피 중독자가 되었다. 아메리카노보다 라테를 좋아하고 어쩌다 오전 커피를 패스하면 지독한 두통에 시달린다.



2024년 한국인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1인 405잔을 넘어서 세계 2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프랑스가 1위를 차지하고 한국이 무려 2위라니... 한국인이 언제부터 이렇게 커피를 좋아하고 소비를 많이 하게 되었을까? 달리 말하면 카페인이 필요한 사회라는 생각도 든다.



업무량을 빨리 처리해야 인정받는 한국의 빨리빨리 사회의 특성상 집중력 향상과 피로감 해소에 커피만 한 게 어디 있을까? 지난 20년간 한국 커피문화의 발전으로 인해 카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도 무척 많아졌다.

나 또한 커피 없이는 하루 시작이 너무 힘들 정도로 커피를 좋아한다. 하와이 가기 전부터 하와이에서 재배한 코나 커피에 대한 기대가 컸고 하와이 카페에 가서 코나 커피의 향을 음미하며 마셔보는 게 로망이었다.



커피 애호가들이 뽑는 세계 3대 커피는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 예맨 모카 마타리, 그리고 하와이 빅아일랜드 코나의 엑스트라 팬시를 꼽는다. 하와이 빅아일랜드의 코나는 클라우드 패턴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기후 현상으로 매일 비슷한 시간에 보슬비와 안개로 인해 그늘이 생기며 비옥해진 땅에 풍부한 미네랄을 품은 코나 커피가 탄생했다.



화산 지역인 빅 아일랜드의 화산토, 비와 햇빛, 토양이 만나 탄생한 코나 커피의 원산지 빅아일랜드에는 커피농장이 여러 곳 있다. 뷰 맛집인 코나조, 무료 커피 농장 투어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그린웰, 헤븐리, 도토루, 훌라대디 등 크고 작은 커피 농장들에서 커피나무도 구경하며 투어도 하고 시음도 하고 카페에서 커피도 주문해서 마시며 원두도 구매할 수 있다.


내가 간 곳은 우리가 묵었던 에어비앤비와 가까웠던 UCC 커피농장이다. 바로 앞에 넓게 펼쳐진 커피 농장을 끼고 있는 UCC는 구글 평점이 좋아 방문하게 되었는데 방문해서 요청하면 커피농장 투어와 로스팅 체험이 가능하다.





한국에서 커피나무를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농장 투어를 요청드렸더니 인상 좋은 할아버지 바리스타가 커피나무와 커피 열매를 보여주며 나무의 습성과 코나의 날씨 기후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투어가 끝나면 다양한 커피 시음까지 할 수 있는데 맛과 향을 비교해 보며 원두까지 구매도 가능하다.



머리가 띵할 정도로 다양한 원두커피를 시음해 보았는데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피베리 원두. 향이 진하고 여러가지 맛이 느껴지는 풍부함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커피 열매가 두 개의 씨앗을 포함하지만 피베리 원두는 한 개의 씨앗만 있어 맛과 향이 풍부하다. 내가 좋아하는 진한 초콜릿 향에 하와이 원산지에서 갓 볶아낸 피베리 원두로 내린 깊은 맛의 코나 커피는 향에 먼저 취한다. 커피콩 초콜릿도 맛보고 UCC메뉴에 없는 히든 메뉴인 아포가토를 시켜보았다.



소문 듣고 왔는지 동시간대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들도 아포가토를 주문한다. 커피원두 가루가 살짝 들어간 달콤한 아이스크림에 향과 맛이 진한 코나 커피 에스프레소를 섞는다. 몸은 하와이에 있어도 아이들 데리고 여기저기 다니기 바빠 정작 하와이에 왔다는 실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UCC아포가토를 먹으며 입으로 코로 하와이 대자연을 천천히 음미한다.



나폴레옹을 정계에 진출시킨 탈레랑은 커피 역사에선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커피에 대한 예찬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악마같이 검으나
천사같이 순수하며

지옥같이 뜨거우나
키스처럼 달콤하다.




그의 커피 예찬 어록을 곱씹으며 코나커피 원두가루가 섞인 UCC 아포가토를 오독오독 먹어본다. 하와이에서 먹으니 악마, 천사, 지옥, 키스가 다 느껴지는 맛이랄까? 아이들과 정신없는 열흘간의 하와이 여행 중 손에 꼽는 힐링 타임으로 기억된다.



코나 커피 X UCC아포가토의 콜라보. 하와이를 방문한다면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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