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수업을 마치고 낯선 하루를 보내러 즉흥으로 떠나온 공주에서의 21시간. 대충 숙소에 가방을 던져두고 몇 년 전에 왔었던 독립서점을 찾았다. 어둠이 깔린 공주의 골목길은 적적했지만 가로등의 불빛을 따라 걸으니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인적 드문 골목길에 위치한 이곳은 아는 사람만 아는 24시간 무인 독립서점이다. 주인장에게 늦어서 죄송하다며 연락을 했는데 다행히 바로 연락이 닿아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오예! 바라던 대로 아무도 없었다. 내 세상이었다.
혼자는 처음, 야심한 밤에 찾아온 것도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좋아하는 적당한 조도로 조명을 맞추고,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해 밤에 어울리는 촉촉한 플레이 리스트를 틀어 공간의 한기를 채웠다.
둘러보니 사방이 수많은 사람들의 쪽지와 그림들로 가득했다. 본능적으로 나의 옛 흔적을 찾았고 사진처럼 어떤 기억이 머릿속에 스쳤다. 내 추천으로 내가 없을 때 다녀간 그 사람의 흔적은 찾지 못했지만 오히려 좋았다. 만약 봤다면 오늘도 글 쓰긴 글러먹은 상태가 되었을 테니. 잠시 상념이 빠졌다가 구석에 자리를 잡고 글을 써 내려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정신 차려 보니 괜히 센티해지고 먹먹해지는 새벽이었다.
고즈넉한 동네를 좋아한다. 조용하고 아늑한, 사람 냄새가 그득한 공간은 취향 저격이다. 이곳에 머물다 가는 사람들은 모두 잠시나마 촉촉해지는지 모두의 메모가 예쁘다. 이름 모를 누군가들의 사연이, 일기들을 가만 들여다보면 모두의 고민은 어느 정도 닮아있는 듯하다. 사랑에 힘들고, 알 수 없는 미래를 불안해하며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이야기들. 공통적인 건, 무엇이 되었든 결국에는 행복에 이르고자 한다는 것.
이 장소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그 자리에 있고, 화려하지 않아도 꾸준하고 따뜻한 온기로 데워줄 수 있는 사람. 내게로 와 머물렀을 때 행복하고 걱정을 훌훌 털고 일어나기를 바랐다. 다정함은 전염된다는 말을 믿기에, 이곳에서 다정함을 충전한 뒤에서야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