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많은 것을 두 번 겪었다. 잦은 이사로 초등학교도 두 곳, 고등학교도 두 곳, 대학교 반수, 회사에서도 완전히 새로운 두 번째 직무.
전학까지는 내 의지가 아니었지만 대학교 반수는 처음으로 내 의지로 두 번째를 선택한 길이었고,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이 선택은 사실은 뛰쳐나오기 위한 결정이었지, 충분한 고민은 없는 차선책이었지만 후회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졸업하자마자 입사했고, 뼛속까지 이과생이었던 나는 1년 만에 제안을 받고 팔자에도 없는 인사팀으로 오게 되었다. 힘들 때 ‘그 제안을 안 받았더라면?’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은 있지만 돌아가고 싶다는 결론에 이른 적은 없었다. 모든 것엔 장단점이 있으니. 감사하게도 두 직무 간엔 장단점이 뚜렷했다.
남들 다 있는 동네친구, 소꿉친구가 나는 왜 없느냐며 투정 부릴 나이가 한참 지나고 나니 이젠 변화가 두렵지 않은 어른이 되어 있었다. 세상은 선택의 연속이었고 앞만 보고 달려왔던 나는 내 선택에 책임지는 법을 알게 되었다.
그 후 독립을 하니 내 공간은 모든 것이 내 선택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현관에 붙어있는 여행 자석들, 엽서들이 반겨준다. 거실 한편엔 조금은 먼지 쌓인 피아노와 기타가 있고, 한 귀퉁이엔 매일 열일하는 스피커가 있다. 조금 조도가 낮은 곳을 좋아한다. 간접등을 켜고서는 스피커의 울림이 잘 닿는 위치에 둔 책상에 앉아 하루를 마무리한다.
작년엔 큰 결심을 하고 수도권으로 이사를 왔다. 많은 직장인들이 최고로 꼽는 ‘직주근접’을 포기하니 주변에서 누구 있냐며, 결혼 발표는 언제 하냐며 의심 어린 눈초리들로 난리였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이사를 결정짓고 한 달 후, 1년간 수도권 사업장으로 파견을 통보받아 감사하게도 근처에서 근무를하게 되었다. 선택은 이렇듯 어떻게 흘러갈 지 알 수가 없다.
점점 결정할 게 많아 어렵지만, 선택의 순간은 짜릿하다. 내일은 또 어떤 선택이 내 앞을 기다리고 있을까?
앞으로의 삶의 페이지는 또 어떻게 쓰여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