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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림 Mar 09. 2024

어느 날 우리 집에 벼슬아치가 찾아왔다

프롤로그

"숙제 다 했니?"

"아... 한다고!"


"하고 싶은 거 말고 해야 할걸 먼저 해야지!"

"아... 알았다고!!"


마냥 사랑스럽고 착하기만 할 것 같은 내 딸에게 어느 날 사춘기가 찾아왔다.


이 사춘기라는 녀석은 아무도 반기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내 딸을 집어삼켰다. 웃음이 많고 장난을 좋아하며 엄마를 아껴주던 딸이었다. 엄마의 일거수일투족을 궁금해하고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을 최고로 좋아하던 딸이었다. 이젠 우리 집에 벼슬아치로 변한 딸과 그걸 또 이겨 보겠다고 버럭질과 울화통을 집어삼킨 엄마만이 존재할 뿐이다.




내 나이 29살. 건강 이상으로 산부인과에서 임신이 힘들지도 모른다는 믿을 수 없는 진단을 받았다. 3년을 만난 남자친구가 있었지만 결혼은 상상도 하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관심도 없던 임신이라는 욕망이 불타올랐다.


'내가 임신을 못한다고? 믿을 수 없어... 아이를 갖고 싶어! 아니 낳아야 해!'


나의 간절함은 1년 안에 3년을 만난 남자친구! 지금의 남편과 결혼으로 이어졌다. 그와 만난 지 4년 되던 날이었다. 그다음은 임신이 간절했다. 불안한 마음에 산부인과를 찾아 임신 가능성이 높은 날짜를 받았다.


2주 후... 신혼 한 달 만에 임신이라는 행복이 피어났다. 믿을 수 없는 행복이었다. 내 뱃속에 10달 후면 태어날 아이가 살아있다니. 프로락틴 수치 이상으로 임신은 힘들 거라고 했는데 내 뱃속의 아이는 외롭게 살아온 나에게 삶의 의미고 기쁨이 되어버렸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남편의 사랑도 엄마로 다시 태어날 나의 행복한 시간도 아이가 내 품에 있던 그때 집약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입덧은 힘들었지만 뱃속 아이는 분명 효녀였다. 출산까지도 무통주사 한번 맞지 않고 쉽사리 해냈다. 장한 내 딸! 엄마 힘들지 말라고 순풍 태어난 나의 소중한 딸. 아이를 키우며 이혼의 위기도 이겨냈다. 딸아이가 10살이 될 때까지도 예민한 내 탓으로 힘든 순간은 있었지만 순탄하게 흘렀다. 아직 사춘기라는 육아의 레벨업 단계에 도착하지 않았던 것.


여기서 잠깐! 내게는 아이를 낳고 최대의 육아 위기가 2번 있었다.

첫 번째 위기는 모유수유 기간의 8개월. 프로락틴 수치 이상으로 세 쌍둥이의 모유가 가슴을 쉽사리 돌덩이로 만들어 힘들게 했다. 그로 인해 둘째를 포기했다. 모유수유는 내게 고통이고 괴로움이다.

두 번째 위기는 바로 우리 집에 도착한 벼슬아치 '사춘기'라는 지독한 녀석이다. 드디어 아이의 성장과 함께 피할 수 없는 사춘기가 된 것.


지금 난 '친구 같은 엄마를 꿈꿨지만 친구보다 못한 엄마'가 된 것만 같은 최악의 시간들을 맞이하고 있다.

엄마이기에 딸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함은 머리로 이해하지만 가슴은 정 반대로 향하고 있으니 함께 하는 시간은 서로에게 짜증유발, 감정의 벽만 높이 더 높이 만들 뿐.


'아... 내가 이토록 엄마로 살기에 성격이 지랄 맞은 것인가... 의문까지 든다.'


참다못해 큰 결심을 했다. 월급이 적어도 좋다. 집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난 다시 회사로 출근을 시작했다. 집에 있어 싸울 일만 생긴다면 거리를 두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고 최선이라고 믿었다. 올해 워킹맘으로 5달이 되었고 내 딸은 초등학교 6학년 13살이 되었다. 사춘기 관련 책을 읽으며 벼슬아치로 변한 사춘기 딸을 이해하려 애쓰는 시간을 지나고 있다.


힘들 때 내게 위로가 되어 준건 바로 글쓰기였다. 어쩌겠는가. 이 불협화음의 시간을 이겨내기 위해 다시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감정을 정리하고 딸을 이해하기 위해 불쑥 찾아오는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내려 한다.


어떤 날은 반성문으로

또 어떤 날은 딸에게 보내는 편지로

또 어떤 날은 그 모든 걸 버텨야 하는 엄마인 나를 위로하기 위해.


나의 공간에 딸과 나의 우당탕 행복 이야기기록하며 추억한다.




* 프로락틴 수치란?

유즙분비 호르몬으로 비정상적으로 수치가 높아지면 불임으로 이어지기에 내분비내과에서 검사가 필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위장약 부작용으로 결혼 전 유즙분비가 시작되었어요. 약을 끊으면 정상적으로 돌아옵니다. 만약 그럼에도 유즙분비가 지속된다면 뇌하수체 선종 등의 검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저 역시 주기적으로 피검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오랜만에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꾸준한 기록을 위해 매주 토요일 연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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