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심 싸움, 버티는 자가 남는다
여초회사에서 살아남기라 썼지만 생각해 보니 남녀 차이 없이 어느 회사나 라이벌과 꼰대 그리고 돌려 까기 신 공자들은 존재했다. 단지 남녀 차이에 따라 그 강도의 차이와 성별에 따른 표현의 차이가 확연이 있다고 느꼈다. 신입의 경우 업무도 낯선 환경에서 직장 내 괴롭힘 혹은 그것으로 느끼게 되는 상황에 놓여있다면 분명 일의 고통 보다 사람으로 인해 받는 고통이 더욱 사람을 미치고 환장하게 만든다. 나는 확신한다. 경험에서 느낀 순도 백 퍼센트 진실이므로.
회계 사무실 입사 후 낯선 용어와 업무 프로세스보다 퇴사를 마렵게 하고 상대가 꼴도 보기 싫은 상황은 처음이었다. 물론 어느 회사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상황을 힘들게 하는 상사나 동료가 있었지만 함께 일 할수록 자신이 보잘것없고 한없이 부족하다 느낄 정도의 자존감을 나락으로 보내는 사람은 없었다. 내게 그런 사람이 민정이었다. 입사 전에 동갑 내가 신입이 있다고 해서 나름 기대감이 있었다. 낯선 업무 환경과 야근에 주말 근무를 하는 열악한 근무 조건이어도 동료와 함께 공부도 하고 일도 하면서 서로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고 서로의 성장을 독려하면 그것만큼 좋은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거쳐온 회사에서도 직장 내 동료로 인해 괴롭거나 퇴사를 고민한 적이 없었기에 업무만 잘 적응하면 될 거라 믿었다. 하지만 막상 입사 후 한 달이 지났을 즈음부터 민정이의 본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회사는 나만 기혼 여성이었고 사무장과 민정이는 미혼이며 애인도 없었다.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기본적인 공감대 형성이 힘들었다. 회사에서 퇴근 후 집으로 출근한다는 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못 할 정도가 아닌 이해불가 상황. 같은 야근을 하더라도 집에 도착하면 집안일을 해야 했고 그런 부분에 대해 지나가는 말로 대화를 나누자면 어느 한 부분도 이해받기 어려웠다. 또한 사무실에서 커피 믹스를 타면 회사 커피는 내가 다 먹은 게 되고, 화장실을 가면 화장실 휴지는 내가 다 쓴 사람이 되었다. 한 날은 혼자 열심히 청소를 하길래 함께 하려고 움직이니 그것도 제대로 못하나며 기죽이는 말을 스스럼없이 했고 회사에 모든 청소는 남이하면 맘에 안 들어했다. 그로 인해 눈치를 보며 내가 하려 해도 맘에 들지 않는지 못 하게 했다. 이런 사소한 트집과 돌려 까기는 특히 회계사님과 사무장님이 안 계실 땐 더욱 심해졌다. 말로 따지기엔 나 자신이 쪼잔하고 구차스러워지는 작은 일부터 자존심이 깎이는 사건들이 계속 발생했다. 어의없는건 남들이 볼땐 최선을 다해 나를 배려한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둘만 있을때 변하는 민정이가 점점 나의 스트레스 주된 요인이 되어갔다. 아침마다 문을 열고 출근하면 인상 쓰고 있는 모습으로 앉아있어 밝은 인사로 시작하는 하루는 드물었다. 오죽하면 내 키보드 소리가 크다고 아침마다 들리는 목소리로 짜증을 낸다. 결국 난 저소음 키보드를 구매했다. 같은 공간에서 그녀의 짜증을 더이상 듣기 싫었다.
일도 힘들어 매일 모르는 것 투성이로 사무장님 눈치보기도 기 빨리는 회사 생활에 의지는 못할망정 6개월 선배에 대접을 받기 바라는 민정이와의 신경전은 날로 나의 정신을 좀 먹었다. 결국 참지 못해 퇴사 이야기를 6개월 차와 9개월 차에 사무장에게 말했다. 9개월 차엔 사무장과 민정이의 기싸움에 그저 나는 새우등이 터질것처럼 한없이 굽은 어깨로 버텨야 했다. 나의 퇴사 의사는 회사가 바빠서 미뤄지고 개인 경제적 여건으로 미뤄지고 또한 이력서를 넣어도 채용이 되지 않고, 경력을 쌓기 위해 이직했는데 일보다 사람이 싫어 도망치는 건 너무 싫었다. 그래서 힘들다고 사무장님께 말씀드리고 버티기를 1년이 되어 갔다.
어느 회사를 가던 사람이 싫어 도망가면 더 한 사람을 만난다고 하던가. 그럼에도 1년을 버티니 시간은 가고 결국 민정이는 퇴사를 하게 되었다. 나이가 마흔이 넘어서야 같은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의 인성과 성격 마인드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느끼게 되는 시점이었다.
민정이가 퇴사한 이후 신기하게도 눈썹사이 2줄의 주름이 조금씩 펴졌다. 아침 출근 길이 신경질 적이지 않게 되었다. 믹스 커피를 마음껏 마시고 화장실 가는 것을 눈치 보지 않게 되었다. 거래처에서 전화가 오면 마음 편히 통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엔 통화 내용 한 마디도 주어 담아 나를 무능력한 사람을 만들었는데 그런 사람이 사라졌으니 오히려 자신감이 생겼다. 결정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 먼저 상대가 떨어져 나가길 기다릴 것인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듯 내가 먼저 조직을 떠날 것인지. 나는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그녀가 먼저 조직을 떠났으니 말이다. 퇴사 노래를 1년 가까이하던 그녀는 내게 말만 하지 말고 퇴사를 하라던 그녀는 결국 사무장과 사이 트러블로 인해 던진 사표로 즉각 퇴사 처리가 되었다. 회사에서 조차 그녀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녀는 인수인계를 해준다며 퇴사 다음날 하루 더 출근했고 점심을 먹고 떠났다. 그녀의 인수인계는 글씨 포인트 9포인트도 안 되는 작은 글씨의 종이 2장과 숫자 오류가 무성한 거래처 급여 리스트였다.
그녀의 컴퓨터에 앉아 자료를 보니 엑셀 자료가 모두 사라졌다. 1년 동안 거래처를 정리한 자료를 자신이 작업한 것이라며 모두 지우고 퇴사한 것이다. 기존에 있던 자료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정상적인 인수인계는 없었다. 그 상태에서 난 민정이의 거래처를 그대로 맡게 되었다. 당장 업무 파악이 안 되는 상황에 놓였다. 역시나 이것이 여초 회사가 문제인가 아니면 사람의 문제인가. 이제껏 어느 회사에서 일해도 자료를 싹 지우고 퇴사하는 경우는 없었다. 여초편의 이야기를 3편으로 정리하려고 하였으나 그럴 필요가 없다 느껴졌다. 어느 회사나 관계의 문제는 도사리고 있다. 특히나 여직원과의 미묘한 신경전은 실제로 살아오며 빈번히 겪어왔다. 무리를 형성하고 내편이 아니면 버림받는 관계. 싫으면 싫다 말하지 못하고 자존심을 깎아내리려 농담인 듯 돌려서 말하는 표현들. 하지만 이것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상대를 대하는 관계의 소중함을 이해하고 내가 싫으면 남도 싫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여초 회사든 남초 회사든 그것이 중요하랴. 결국 인간관계는 성별을 떠나 함께 일하는 조직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특히나 여직원이 많은 회계 사무실의 특성상 경력자는 신입을 배려하고 신입은 경력자를 존중하며 서로 상호 존중하는 문화 속에서 발전하는 조직 문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의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중에 같은 직종에서 일하는 세무 대리인이 꽤나 존재한다. 경력자와 신입이 다양하게 댓글과 디엠으로 소통을 나눈다. 얼마 전 디엠으로 같은 고민을 하는 팔로워의 이야기를 읽었다. 그녀도 여초 회사에서 존중은 없고 무시하고 편을 만드려 하니 점점 자존감이 바닥을 향해 퇴사를 고민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녀에게 퇴사하라 말할 수도 마냥 버티라고 할 수도 없는 민감한 문제임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한 가지만 바라보자. 바로 신입으로 입사한 이유! 경력을 쌓기 위해서는 적어도 3년은 버텨야 한다. 사실 그게 맞다. 특히 회계 사무실은 3년 동안 버텨봐야 법인세, 종소세 신고를 3회만 경험할 수 있다. 난 이미 마흔이 넘어 사실 법인 회사로 경력을 쌓아 이직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젊은 20~30대라면 조금만 더 버티면 좋겠다. 지금은 너무 마음이 괴롭지만 그 시간을 버틴 자만이 경력의 왕관을 쓸 수 있다. 실제로 3년 버티고 5년 버텨 이직하면 그만큼 연봉이 높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여초 회사 혹은 인간관계로 괴로운 회사에서 버티는 방법은 별 거 없다. 자신이 챙겨야 할 이익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상대와 관계에 집중하게 되면 매일이 상처 투성이다. 나는 경력을 쌓는 것이라면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떤 이유로 버틸 수 있을지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상대를 바꿀 수 없으니 자신의 마음을 바꿔 버티고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반드시 해낼 수 있다. 단, 지금 당장 죽을 만큼 괴롭고 꿈에서 조차 상상하기 싫은 곳이라면 더 좋은 회사도 많으니 한 달만 버텨보자. 그래도 도망치고 싶다면 가슴속에 품고 있던 사직서를 당장 제출 하고 그곳을 떠나는 것도 최후의 방법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결국 우린 행복하기 위해 오늘도 살고 있는 것이니까.
<마인드 셋>
오늘도 출근해야 하나
: 오늘만 버티자. 딱 오늘만!
숨 막혀서 돌아버리겠다....
: 당장 일을 멈추고 잠시 5분만 환기를 하자. 5분 일 안 한다고 그만두라는 회사는 없으니...
(만약 그런 회사가 있다면 당장 도망치는 건 어떨까!)
모든 게 왜 내 탓이야?!
: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고 최대한 이성적으로 대하자! 감정적으로 대해도 상대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P.S
이번 주부터 진짜 야근 시작입니다. 지금도 회사에서 잠시 글을 쓰고 마무리하고 있는데요.
부가세 신고 기간에 민정이가 12월 말 퇴사로 거래처 파악도 없이 부가세 신고를 하고 있습니다.
너무 바쁘네요.... ^^
오타 검열 해야하지만 업로드 하려고요.
연재 중단이 아닌 연재 성공을 목표로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결국 여초의 문제에서 사람의 관계(인케바케)로 마무리가 되었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