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당신 멀티 가능하십니까?

몸은 하나, 해야 할 일은 다수

by 세림


지금까지 다양한 업종에서 회계 및 인사 관련 업무를 해왔다. IT, 서비스, 제조, 인력용역, 도소매 관련 회사에서 일하며 스스로 일의 성취감을 느끼고 책임감 있는 직원으로 대표들에게도 미운 소리 듣지 않고 지내왔다. 이런 경험들 덕분에 경력이 단절된 기간이 몇 년이 지났어도 다시 워킹맘이 되기로 결심하고 취업하기까지 큰 불안과 막연함 보다는 새롭게 시작할 직장 생활에 기대감이 더 컸다. 더군다나 육아를 하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이 티는 안 나지만 체력 소모가 크고 아무리 잘해도 가족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듣지 못한다면 성취감은 제로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다시 회사 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새로운 설렘과 삶의 원동력으로 나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줬다. 기존에 했던 것처럼 어딜 가도 욕은 먹지 않겠지!라는 기대감도 솔직히 있었다.


삶이 언제 그리 호락호락하던가. 내게 주어진 삶은 언제나 기대 그 이상이었다. 파견 업무 1년 차를 끝으로 경력을 쌓기 위해 세무 회계 사무실에 취직했다. 당연히 일반 회사의 경력은 0! 제로의 신입으로 입사했다. 임금은 최저 임금. 당연한 처우였고 5인 이하의 직장이라 퇴직금만 줘도 감지 덕지인 상황이었다. 또한 경영지원팀에서 일할 때 무수히 느꼈던 신고 기한 안에 모든 것을 처리해야 하는 능력! 이것은 회사 1개를 관리할 때와 막상 입사해서 경험해보지 못한 개인 회사와 법인 회사를 동시에 몇 십 군데를 관리하는 것이란 결고 녹록지 않았다.


"우리 직종(세무 대리인)은 인수인계는 기대하는 하지 마세요..."


"주어진 상황에 맞게 업무를 처리해야 해요...."


"업체 파악은 알아서 해야 해요... 저도 제 업무가 있기 때문에 하나에서 열 가지 알려 줄 수 없어요!"


신입이 입사하면 거의 처음 겪어야 하는 의례 통과다. 나 역시 이런 관례를 거쳐왔다. 처음엔 세무 회계 사무실이 여기만 이런 것은 아니겠지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일을 하고 아름아름 사람을 알아 갈수록 이 업계의 관례라는 것이 있다. 마치 내가 건설업을 맡았을 때 건설업에서 행했던 관례들이 있다.(차마 모든 것을 오픈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이 100% 맞는 것이 아니고 내가 거친 회사가 그럴 수 있는.... 너무나 주관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수인계도 없이 입사하자마자 신고를 해야 한다. 이건 신입이 당해야 하는 갑작스러운 사고와 같다. 너무나 당황스럽고 막막하다. 하지만 경력 3년, 5년, 10년 이상인 경력자도 이러한 시간을 거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우리 또한 그 시간을 무던히 견뎌야 어딜 가도 인정받는 세무 대리인 경력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사 5개월 아니 1년 차 까지도 인정하지 못했다.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이런 업종의 일은 처음이었으니까. 내가 선택해서 입사했지만 이 정도로 힘들고 어려울지는 상상도 못 했으니까. 하지만 이 업종이 그렇다.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배워야 했고, 잘 알지 못하기에 부당함에 참아야 했다. 그렇게 인내해 온 사람만이 현재 경력자로 지금 그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다. 나는 그것을 처음엔 인정하지 않았고 낯설었다. 내가 거쳐온 회사는 상식적이었고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 업종! 세무 대리인은 결국 서비스 업종의 일원으로 내 일은 만족스럽게 해내야 하며 상대의 마음도 간파하며 상대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그 상황에서 내가 얻어야 할 것도 챙겨야 한다.


일은 하면 할수록 힘들었지만 그 안에서 희열도 만족감도 성취감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하기엔 나는 멀티가 부족했다. 법인 회사에서는 한 회사만 신경 쓰면 되기 때문에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오히려 역량을 인정 받았지만 이곳에서는 그때 받았던 칭찬은 하찮았다. 한 번에 모든 것을 해내야 하는 그야말로 만능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만 버틸 수 있는 곳이다. 특히나 거래처의 사장님들을 상대해야 하는 서비스 업종이기에 전화도 무수히 받아야 하고 신고도 해야 하며 다양한 사례에 대한 응대 해야 한다. 거기에 변경된 세법도 확인 해야 하는 것이 세무 대리인. 일을 하다가도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하면 출동해야 하는 멀티 세무 대리인이 되어야 한다. 이 업종의 업무를 시작하려 하고 준비하는 예비 신입이 계시다면 기억하자! 따끈따끈한 신입의 조언을. 자격증 2~3개 있다 한들 실무에서 얼마나 사용이 될까. 결국 마음 가짐이다. 내가 이곳에서 모든 것을 해낼 자신이 있느냐! 멀티가 가능한 사람인가! 쉼 없이 울리는 전화를 겁 없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인가.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 기꺼이 커피 한잔을 따뜻한 마음으로 내어 줄 수 있는 사람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또한 나처럼 적지 않은 나이에 입사해 나보다 어린 경력자를 존중하며 그에게 배울 자신이 있느냐! 이 마인드가 너무나 중요하다. 왜냐하면 일을 하며 느낀 가장 큰 전제 조건이 아마도 자신의 실무적 능력 그 이상으로 다양한 사람을 상대할 수 있는 서비스 마인드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세무 대리인은 멀티가 되어야 한다. 지금 누군가 회계 사무실에 신입으로 취직을 고민 중이라면 자신은 서비스 마인드가 충만한지 멀티 플레이어가 될 자신이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너무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생각하고 마음을 먹고 입사하는 것과 전혀 배제한 상태에서 날벼락이 떨어지듯 맞이하는 신입의 하루는 결코 일반 법인이나 개인회사와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유는 사람 한 명이 다양한 업종을 경험하게 되고 그에 따른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를 버티는 모닝 믹스 3개

1년 차의 입장에서 올해 부가세 반기 신고를 3회차를 경험했다. 부가세 신고를 진행하며 가장 어려운 것은 갑자기 바뀐 업체를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민정이가 그만두면서 그녀가 신고했던 모든 업체를 내가 맡게 되었다. 거기에 내가 했던 업무를 전임자가 복귀하며 그녀가 다시 일을 맡게 되었지만 간간히 내가 진행했던 업체를 신고했다. 결론은 새로 맡은 거래처와 진행했던 업체를 함께 봐야 신고해야 하고, 아무리 바빠도 전화가 울리면 재빠르게 받아야 하기도 하며 아침 일찍 출근해 청소를 하고 경력자들과 회계사님이 출근하기 전에 어느 정도 사무실 정리를 한 후(설거지 포함)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해야 그날의 계획한 업무를 쳐낼 수 있다. 그렇게 해도 예상 밖으로 흘러가는 날이 수두룩 하다. 이번 부가세 반기 신고도 14일 연속 출간에 12일 연속 야근을 했다. 아무리 바빠도 아프면 안 되고 전화도 받아야 하며 주변을 챙겨야 하고, 거기에 회계사님이 시키는 업무까지 처리해야 한다. 나는 그야말로 멀티 플레이를 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그 깜냥이 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노력해야 하는 시기에 놓였다. 신입에게 많은 것을 배울수도 있는 절묘한 타이밍이다. 그리고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기에 3회차 반기 신고를 거치며 4회차 부가세 신고는 더 잘해 내야겠다는 의지까지 생겼다. 이게 사람이고 노력해 가는 인간의 자세가 아닌가 생각한다.


모든 건 시간 싸움이고 의지 싸움이다. 너무 힘들고 괴롭다면 결단코 버티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하지만 자신의 기대와 의지로 버틸 수 있다면 최대한 버텨보자.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 보자고 말하고 싶다. 어딜 가나 힘든 건 마찬가지다. 더욱 무서운 건 10년 아니 5년 전과 다르게 AI, 챗 지피티가 매일 속도가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 그것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스스로 성장하도록 노력하고 매번 새로운 세법과 업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것들에 끊임없는 노력과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3회차 부가세 신고를 거치며 느낀 것은 어딜 가나 어설픈 경력자가 되느니 좀 더 노력해서 완벽한 경력자가 되는 멀티어가 되어 보자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모두 어떤 업종이든 해낼 수 있다 믿는다. 우린 무한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고 유일무이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결코 쉬운 일은 없고 세무 대리인 역시 만만치 않은 업종이다. 하지만 목표에 두고 있다면 기꺼이 자신을 내려놓고 앞을 향해 달려가려는 마음을 함께 하길 바란다. 매일 우린 성장하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제보다 오늘이 그리고 내일 더 성장한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라 믿는다.




<마인드 셋>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신고들이 과연 100% 맞는 것일까?

: 두려워하지 마! 너 자신을 믿고 우선 해보는 거야. 자신을 믿어!


아까 했던 말이 지금은 기억이 안 나!!

: 당연하지! 넌 완벽하지 않아. 자신에게 실망하지 마! 너도 사람이라고!


멀티... 는 너무 어려워.... 도망치고 싶어!

: 당연한 거 아니야? 나도 월급쟁이야! 완벽할 수 없어! 겁먹지 말고, 숨기지도 말자!



P.S

드디어 14일 연속 출근, 12일 연속 야근이 끝났고 토요일 출근까지 했습니다.

부가세 3회 차 반기 신고를 경험하며 4회 차를 미리 계획하는 깜냥도 생겼어요.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퇴사를 노래하던 제가 이렇게 또 적응해 갑니다.

그리고 오늘 연재는 마감을 코앞에 두고 급하게 올리는 글이지만 습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도 제 글을 매주 기다리고 인스타그램에 디엠도 주시는 분이 계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좀 더 생각하고 깊이 있는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실 매일 야근에 체력적으로 많은 소모가 있지만 이렇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브런치 스토리가 있어 감사합니다. 늦은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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