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히고 싶지 않은 공돈이라

보험설계사에게 감사하며

by 빅토리아

암진단금으로 보험회사에서 보험금을 받았다. 20년도 더 전에 가입했던 2개의 보험에서 준 돈은 지금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내가 열심히 일을 해 번 돈이 아니라 어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공돈이란 느낌이다.

이 돈이 내 계좌에 이체된 후 이 보험을 처음 계약할 때의 상황을 떠올렸다.

40세 전후. 얼마나 젊을 때인가...

하지만 그만큼 바쁘고 돈도 늘 부족하고 쓸데가 많고 그리고 앞날에 대한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60세 이후 노인이 되어 있는 본인의 건강을 자세히 생각할 여력이 없는 때였다. 단지 막연히 정말 막연히 생각했을 뿐.


직장으로 보험설계사가 방문을 했다. 그때는 사무실로 설계사들이 쉽게 들어와 보험가입을 권유하던 때였다. 25년 전인 2000년 전후엔 보험에 대해선 부정적인 인식이 있던 때였다. 보험설계사는 주로 친구나 인척이라 권유하는 걸 마다하지 못하고 월불입액이 적은 상품을 하나씩 가입해야 하는 분위기였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윗세대의 어른들은 보험에 대한 인식이 훨씬 더 좋지 않았다고 여겨지는데 아마 이런 요소가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내가 가입한 건 종신보험이라 내 사후에 자녀들에게 가는 돈이라니 엄마의 입장으로 혹 모를 일에 대한 대비책으로 가입한다. 그 보험을 20년 정도 납입했다.


그리고 몇 년 뒤 암보험도 하나 가입했다. 이때가 나의 젊은 시절 중 가장 경제적으로 힘든 때였다. 아들딸이 중고등학생이라 화장실 2개가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한 시기다. 음..... 대출을 많이 했기 때문에 20년 이상 매년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야 했는데 그 당시 금액으로 매달 백만 원 이상이라 나는 아주 절약과 절약을 해야 하는 시기였다. 방학 때였던 것 같다. 너무 힘들어 침대에서 쉬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암보험을 들라는 보험설계사의 전화였다. 어떻게 내 번호를 알았는지는 모른다.


그녀는 암보험의 필요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했을 테고 나는 무심히 들었을 것이다. 암보험은 없기 때문에 하나쯤 가입을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위한 보험을 든다는 것은 내가 또 그 금액만큼 절약을 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금액으로 가입했다. 그녀가 좀 아쉬워하는 말투였던 것 같다. 나는 속으로 ' 본인에게 돌아가는 수수료가 적어서 그렇겠지'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녀가 좀 아쉬워했던 건 적은 금액으로 들 수 있는 특약을 거의 가입 안 했기 때문이라는 걸 안다. 내가 모르는 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녀의 전문성을 의심하지 말아야 했지만 보험 자체에 대한 일반인들의 무지 때문인지라 이제야 보험가입서를 자세히 읽어보고 '내가 그때 실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애들에게 제대로 된 보험을 가입하라고 말했다.

다행히 애들은 뭔가 가입했다고 하는데 후후후 나보다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안심한다.


그 시절 내 주위 지인 중엔 보험에 가입해 혜택을 본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지인을 통해 가입한 건 몇 개월이 지난 후 해약을 하는 풍토였다. 수수료만 설계사가 받을 수 있는 최소기간 동안만 넣어 그들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편을 택했다. 나는 다행히 지인을 통한 가입이 아니었기에 도중 해약을 하질 않고 완납을 한 경우다.


내가 이 상황이 되고 보니 이제야 지인들이 암진단으로 받은 보험금에 대해 털어놓았다. 정말 신뢰하는 관계일 때만 털어놓는다. 그리고 다들 암에 노출되는 나이에 도달한 것이다. 나도 내가 암을 가지게 될 줄 보험가입 시엔 생각지도 못했다. 참 어리석은 젊은 시절을 지냈다. 후후후


나도 통장에 약간의 거금이 들어왔지만 친구나 가족에게 자랑삼아 모두에게 다 공개하진 않았다. 그 기저에 어떤 감정이 있는지 스스로 들여다본다.

먼저 내가 돈이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 왠지 질투를 받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그 돈이 암진단 위로금일지라도. 물론 복권당첨금이라도 밝히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질 않는가? 맛있는 밥도 자주 사야 할 것 같고... 공돈이 생긴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이기도 하다.


어디에 돈을 써야만 내가 만족할 수 있을까... 행복한(?) 고민도 하게 된다.


수술을 앞두고 잠시 마음의 위로가 되는 공돈이라... 너무 좋아하지는 말아야 되는데

그래 기부를 조금 하자. 세금공제라도 받게 애들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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