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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토리아 Jan 23. 2024

수동변속차량 운전연습기

프랑스 렌터카 여행을 위한. 22년 8월 5일

프랑스 여행 계획에서 가장 경비를 아낄 수 있는 방법이 수동변속기 차량 렌트이다.

일행 4명 중 무면허 1명, 동네만 다니는 1인 그리고 해외 경험도 있어 아무 문제가 없는 영숙과 나. 결국 영숙과 내가 운전을 맡기로 한다. 

수동변속기 차량과 자동변속기 차량 가격차이가 무려 4백만 원이었다(근데 아마 이때가 가장 가격이 비싼 시기라서 그렇게 차이가 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일 인당 백만 원이 더 소요된다. 그리고 유럽은 자동변속기 차량은 구하기도 힘들다. Hertz에서도 내가 원하는 5인승 기종의 자동변속기 차량은 잘 없었다. 

그래서 용기를 냈다. 

내가 운전면허를 딴 해는 1988년이라 그 시기는 거의 수동변속기로 면허를 따는 시대였고 취득 후 10년간은 수동변속기로 운전했기 때문에 조금 연습하면 바로 적응할 거라 생각했다. 근처 운전학원을 찾아봤으나 수동변속기 연수는 하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먼저 집 근처 강남 운전면허시험장 옆에 있는 시물레이션 운전연습장에서 먼저 해보기로 한다. 시간당 약 4만 원 정도라 부담도 적었다.  

나 정도 나이의 사장이 친절하게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수동 자동차 연습모드로 세팅시켜 놓고 처음 변속하는 방법도 설명해 줬다.  

그 전날 유튜브에서 변속하는 동영상을 봤기 때문에 몇 번 연습으로 바로 변속할 수 있었다. 클러치 사용과 엑셀레이터 사용도 힘들지 않게 할 수 있었다. 근데  이게 웬일인가.......


시뮬레이션으로 연습하는데 멀미가 심하게 났다. 광장에서 차를 움직이는 기초 과정인데 커브를 천천히 돌아라고 해서 20킬로로 2단으로 변속해서 도는데 3개의 모니터도 운전하는 방향을 그대로 보여주고 속도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다.

처음엔 아무 문제 없이 직진하다가 속도를 올리려고 변속하고 커브를 돌면서 속도를 줄이고 하는데 자꾸 속이 메스꺼웠다.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마 시각적으로 받는 느낌과 몸이 느끼는 감각이 달라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다가 10분쯤 더 광장을 도는데 완전 속이 메스껍고 어지러웠다.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쓰러질 뻔했다.  너무 머리가 어지럽고 멀미를 심하게 하는 것이었다. 걸음을 떼지 못했고 그대로 서 있었는데  사장님이 내 얼굴이 정말 하얗게 되었다고 하면서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의자에 앉았으나 진정이 되지 않고 머리가 계속 흔들리고 속이 울렁거렸다. 머리를 어떻게 두어도 진정이 안되고 토하고 싶었다.  다행히 토하는 것은 참아내고 계속 머리를 숙이고 책상에 기대었다.  한 시간 이상 그 상태로 있으니 울렁증이 조금 가라앉았다.


사장님이 그랬다.  " 이렇게 심하게 멀리하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1시간 연습인데 도저히 계속할 수 없어 다음에 오겠다고 하고 천천히 걸어 나와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그 시뮬레이션 연습실은 다시 가지 않았다.  그래서 남은 시간과 돈은 날렸다. 집에 와서는 바로 누웠다.  계속 잠을 자고 나니 좀 회복이 되었다.

아침에 밥을 먹지 않고 약을 먹고 날씨도 덥고 해서 아마 기력도 딸리고 워낙 멀미를 잘했던 체질이라 그런 것 같았다. 그래도 수동변속기를 조금 익혀서 다행이다. 시내 연수를 하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 싶었다. 그냥 차로 시내 연수를 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행인 베스트 드라이브 영숙도 같이 하면 좋을 텐데.  같이 연습하자고 부탁해야겠다.  잘 들어줄런지..


안심이 안돼 근처 여러 운전면허학원에 연수를 알아보았으나 수동형 차량이 없어 연수 자체를 못한다고 했다. 결국 안양에 있는 운전학원까지 알아보니 수동변속기 연수가 가능하다기에 전화로 시간을 예약해 놓고 12만 원(?) 입금한다. 면허증도 가져와야 하며 시간을 꼭 지켜야 한다고 주의를 준다. 한 시간 정도만 하면 되겠지? 하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ㅎㅎ 돈을 아끼려면 몸이 피곤하다는 말 또한 있지 않은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돈도 날렸다. 연수가지 전에 여행계획에 변동이 생겼기 때문이다.

예약하고 그 시간에 못 가면 환불이 안 되고 다음 기회로 시간만 변경가능하다고 했다. 그것도 본인이 꼭 와야 된다고. 앞으로 수동변속기 차량을 운전할 기회는 없을 테고 국내에선 거의 다 자동변속기 차량이니 렌터카도 마찬가지라. 여행계획자라 이런 사소한 돈은 경비에 넣지도 못하고 말도 못 하고 버리는 돈이다. 돈을 버리면 사람을 얻는다? 는 속담을 내가 만들어 낸다. ㅎㅎ


이런저런 사유로 영숙은 수동변속기 운전하기가 부담스럽다고 자동변속기로 렌트하자고 별도로 250만 원 따로 줬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같이 여행 가면서 한 사람만 특별히 경비를 250만 원을 더 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여행계획자로서의 나의 고집이다. 영숙의 그 제안은 충분히 고마웠지만.... 다른 걱정은 안 되는데 수동변속기 사용에 조금 걱정은 된다. 

그런데 수동변속기 렌터카는 예상치 못한 일로 해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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