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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토리아 Jan 23. 2024

출국 10일 전 여행 취소하다

남편의 허락이 필요했는데

사람 사는 일에 무슨 일이 안 생기겠는가. 그러려니 하며 맘 편하게 먹는다.

출국 10일을 앞두고 염려하던 일이 발생했다.

영숙이 여행을 취소했다. 어쩔 수 없는, 몸상태가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한 달 전부터 줄곧 장의 이상 증상으로 하루에 몇 번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있는 증상 겪고 있었다네.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내 생각엔 과민성 스트레스성 대장증후군 같다.

영숙도 이 여행을 너무 가고 싶어 했기 때문에 나도 참 아쉬움이 크다.


영숙의 장기간 여행을 남편이 말렸다고 한다. 아니 못 간다고 허락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허락? 우리 나이대의 와이프는 다들 이러하다. 전업주부라 남편의 눈치를 늘상 봐야 하는 신세다. 남편을 두고 여행을 가게 되면 일단 퇴직한 남편들은 밥을 굶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식탁에서는 숟가락과 젓가락만 드는 노동만 하는 사람으로 키워졌고 누려왔기 때문이다. 와이프가 없으면 굶어 죽는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여 와이프를 늘 도우미처럼 가까이 둬야 생존이 가능한 나이 든 남자들이 참 많다. 아주 많다. 

영숙은 이 남편에게 4월부터 내내 시달림을 받아왔던 것이다. 내 친구 영숙은 정말 예술적 재주도 많고 주부로서의 능력도 뛰어나지만 남편말을 듣지 않고 여행을 다녀올 만큼의 강한 심성의 소유자는 아니다. 내 시각으로 보면 남편을 아직도 사랑하고 남편에게서 사랑과 그동안의 내조에 대해 인정을 받길 원하는 아내였지만 그 칭찬에 너무 인색한 남편에게서 받은 상처가 많아 힘들어했다. 이 프랑스 여행계획은 영숙이로서 또 하나의 도전이었지만 도저히 남편의 부탁을 뿌리칠 수 없어 몇 개월 내내 소화불량과 설사로 아주 고생을 하고 있었다고 우리가 프랑스여행을 다녀온 한참 후 내게 털어놓았다.


영숙의 여행 취소결정을 되돌리려고 수동변속기 차량을 오토차량으로 변경했다.

근데 이상한 걸 발견한다. 5월 달엔 수동과 자동변속기의 가격차가 3000 유료 정도였는데 이번에 다시 검색하니 100만 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거였다. 그동안 내가 본 건 무엇이지?

이 정도였으면 당연히 자동으로 렌트 예약을 했을 거다.  그동안 변동이 생긴 게 확실하지만 나도 아직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수시로 차량 렌트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지...........이해가 안 간다.

암튼 영숙을 설득하기 위해 차량도 다시 예약하고  에트르타 골프도 취소하려 했다.

하지만

스트레스성 대장증후군으로 화장실 문제를 여행 중에 겪는 것은 본인뿐만 아니라 동행인 우리에게도 상당한 폐가 되기 때문에 영숙은  특히 타인에게 폐 끼치는 걸 극도로 못하는 친구라 완강히 취소 요청을 했다.


나도 며칠 생각하다가 영숙의 의사를 받아들였다.

4인을 위한 모든 예약을 취소하고 3인으로 세팅을 해야 했다. 물론 항공권도 취소하고.

일이 마무리 다 되었다가 다시 뒤엎어져 머리가 지끈거렸다.

파리패스, 바토승차권, 몽상미셸 입장권, 루블가이드, 파리오페라, 셍떼밀리옹 와인투어, 두바이 라운지 이용권,  호텔 예약 등등 이틀에 걸쳐 다시 취소와 예약을 반복해야 했다.

어쩌나......... 영숙은 항공 취소 금액을 우리 경비로 다 써라고 했다. 뭐...... 아직 경비 정리가 안되고 다시 회계를 적다 보니 좀 복잡하다. 그래도 취소수수료를 물고 항공료는 돌려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취소가 예전보다 좀 쉽게 진행된다는 느낌이다.  그만큼 디지털화된 산업들이 점점 첨단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일정도 조금씩 변경한다. 운전가능한 사람이 나와 영숙에게서 나와 운전미숙자인 미자이기 때문에 렌터카 이동 거리를 줄여야 했다.  렌터카는 니스 도착 후 바로 공항에서 픽업하여 돌아다니기로 했으나 니스를 떠날 때 공항에서 픽업하여 마르세이유로 보르도까지 이동하여 반납하고 기차로 낭트까지 이동 후 낭트에서 파리까지 렌터카로 이동 후 바로 반납하는 걸로 변경한다. 사실 이런 일정 변경은 생각보다 번거롭기는 하다. 주말에 렌터카 사무실은 열지 않는 곳도 있고 근무시간도 줄어들기 때문에 근처에 있는 도시의 Hertz 사무실을 모두 검색해야 된다. 그래도 나는 그런 작업이 힘들지 않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좀 더 천천히 이동하는 계획을 하게 된다. 4명보다 3명으로 움직이는 게 조금 마음이 편한 것 같기도 하다.

이제 그만 변경하고 싶은데.........

가기 전 기운 차리게 식사도 잘하고 무리하지 않게 지내려 한다.


유심칩을 4개 구매했다. 프로모션으로 데이터를 아주 많이 쓸 수 있는 스페인 유심을 받았는데 1개를 반품했다. 오늘은 영자와 내가 식재료를 조금 샀다.

프랑스 아시아마켓도 도시에는 반드시 있다는 걸 구글맵에서 확인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는 구입하지 않았다. 월요일부터 짐을 꾸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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