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마담의 일상

1. 우이령을 넘다

by 빅토리아

내 젊은 날의 장래희망은 유한마담이었다.


* 유한마담의 사전적 정의: 유한계급의 부인, 생활이 넉넉하여 놀러 다니는 것을 일삼는 부인을 이른다


젊은 날이라...........나한테 그런 세월이 있었나?

아주 오래 전의 희미한, 혹은 열정으로 살아냈던, 이제는 추억으로 간직된 시간들이다.

60여 년의 시간은 나에게 정말 많은 경험을 쌓이게 했고 나를 나로 살게 하는 토대를 만들게 했다. 그러나 나는 이제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있다.

누군가의 눈높이에 맞춰야 했던 나를 나의 눈높이대로 살아가기로 했다.

하루의 일상을 보내며 스스로 틀을 깨며 살아가는 나, 유한마담 일상을 글로 적어나간다. 이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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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혼자서 산길을 걸어 다닌다고 하면 친구들은 다들 엄청 염려를 해 준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대꾸를 하지.


" 60대 다 늙은 여자를 데려다, 또 이렇게 키도 작고 힘도 없어 보이는 할매를 데려다 어디 마늘 까기 작업을 시켜봤자 금방 아프다고 드러누울 텐데 왜 데려가겠니? 아무 위험할 일도 없다, 누가 쳐다보지도 않는단다 얘들아..."


우이령길을 넘으면서 나는 용감(?)해진 나를 바라보았다. 정말 다행이다. 늦지 않아서...

사실 40대부터 집에서 가까운 청계산을 주말에 혼자서 가끔씩 다녀오곤 했다. 산을 좋아해서? 아니... 그럼 체력이 좋아서? 아니... 그 바쁜 와중에 주말에 잠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건전하게.

그리고 주말마다 골프 치러 가는 남자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의 권리인 듯 누리고 나는 애들을 챙기고 나도 주말에 밀린 일들을 해야했고.........그런 많은 날들을 보내다가 애들이 얼추 중학생이 된 무렵부터 맘 놓고 가끔씩 휴식을 가졌다. 혼자만의 시간. 그래서 선택한 시간이 청계산 갔다 오기였다. 일 년에 몇 번쯤 되려나.


스마트폰은 정말 세상을 너무 편하게 살게 해 준다. 이런 세상에 살면서 누군가의 도움을 빌어 계획하고 혼자서 뭔가를 한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면 음.........습관이 안 들어서이다.

앞으로 십 년. 내가 내 의지대로 뭔가를 할 수 있는 기간이다. 빨리 시행착오를 거쳐 혼자서 여행, 혼자서 등산, 혼자서 올레길 걷기 등등을 해봐야 한다. 처음은 쉽지 않다.

다행이다. 나는 독립적으로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그 힘든 시기에 습득된 습관을 가졌다.

친구인 J는 말한다.


" 니 남편에게 감사해야지. 너가 지금 이렇게 자유롭게 살아가도록 만든 사람이잖아? 누가 여자를 한 달간 해외여행하게 보내주니?"


인정!!!. 근데 보내준다고? 아니지. 평생 일하면서 번 내 돈으로 가는데 왜 허락을 받아야 하지? 후후후

그래도 정말 이상한 남편을 많다는 거 안다. 이 정도인 남자 평가점은 80점으로.


우이령을 사전예약하고 혼자서 그 길을 넘고 나는 평소에 하지 않던 일을 했다.

집에서 우이령 입구까지도 1시간 30분 도봉구 방향에서 출발하여 송추까지 2시간 걸렸다. 트랭글앱을 이용하니 속도, 시간, 거리, 고도 그리고 사진까지 다 기록된다. 처음 사용한 트랭글. 단점은 배터리가 빨리 닳아 없어진다는 것.

세상이 이렇게 모든 걸 다 쉽게 살랐는데 못할 것이 없다.

송추에서 점심을 먹으려는데 맛있어 보이는 코다리식당에 갔는데 1인분은 안 판다고. 그래서 2인분을 시키고 남은 코다리는 포장해서 가져왔다. 우하하하

예전에서 생각도 못한 2인분 주문, 나 스스로 기특해서 칭찬해 준다 자신에게. 오랜 습관적인 사고를 벗어나는 일은 나에게 약간의 고민을 하게 하지만 뭐 어때?

안 해본 것, 해서는 안 되는 것들에서 나를 놓아주는 일, 이게 내가 앞으로 해야 할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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