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

인간의 심리는 방어적이다

by 빅토리아

주말엔 보통 외부일정을 잡지 않는다. 주말에 집에서 쉬지 않으면 다음 한 주 내내 이상스레 피곤함을 느끼는 건 아마 60대 중반의 나이 때문이리라.

대신 도서관에 가서 밀린 공부나 책을 읽으면서 에너지충전 내지 내적인 만족감을 얻는다.

오늘은 도서관에 구매신청을 하고 못 본 책을 3일 전 대출해서 읽다가 오늘 다 읽고 반납했다. 4시간 정도 계속 읽을 만큼 흥미진진한 내용이 많았고 인간의 심리는 교과서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또다시 알았다


데어라 혼 <<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 엘리( 2023)


작년 10월 경 시작된 가자 지구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으로 교내에서 발생한 반유대주의 시위에 대해 의회청문회에서 반유대주의를 비판하지 않고 표현의 자유로 온건하게 대처했던 미국의 명문 사립대 하버드대학,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여성총장 2명이 사퇴한다. 전 세계적으로 유대인들을 반기는 나라는 없다. 이 사실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저자는 알려준다.

이 책의 광고에서는 유대인을 배척하는 역사적 원인을 알려주고 있다고 했으나 그 부분은 명확하게 제시되고 있지는 않아 나의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공동체를 이루어 거주하고 있는, 있었던 지역을 탐방하여 유대인이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그들의 언어와 종교와 관습을 지키려고 노력했는지 보여준다.


더군다나 미처 알지 못했던 중국 하얼빈의 근대화 개척자가 바로 러시아계 유대인들이었다는 사실. 1900년 전후 인구도 얼마 되지 않던 극한의 작은 마을을 지금의 하얼빈이 되는 초석을 쌓은 이들이 유대인이고 이들은 딱 한세대까지 그 공동체가 유지되고 일본의 침략과 중국의 공산화로 인해 완전 빈털터리로 다시 흩어졌다는 것. 하지만 지금도 남아있는 하얼빈 얼음축제나 아이스크림 등은 유대인 사업가가 들여오고 시작했으며 지금도 그들이 지은 호텔과 유대회당은 기념관으로 남아있다고 직접 답사를 다녀온 저자는 적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도 반기지 않았던 민족이었으나 중국에서만은 그런 적대감은 없었던 것 같아. 중국은 유대인의 종교와 대척할 만한 종교가 없지 않은가? 예수를 죽음으로 몰아간 민족이라는.......


유대인은 3천 년동안 나라 없이 떠돌아다닌 민족이지만 어느 나라에 정착하든 그들의 공동체를 유지하며 살아온 듯싶다. 최근에 Netflix에 가끔씩 그들 공동체에서 탈출하여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는 젊은이들 대상으로 한 영화나 미니시리즈가 상영되고 있기도 하다. 나도 한 2.3편 보기도 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늘 불안한 처지에 놓여있어 언젠가 닥칠 고난, 모든 재산을 빼기는 거,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거, 가족과 떨어져야 하는 거 등등에 대해 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래서 일반적인 사람들이 겪을 때 느끼는 극심한 고통을 그들은 좀 덤덤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듯하다.


특히 내가 오랜 시간 자리를 못 뜬 이유는 2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 남부에서 유럽의 예술인들을 미국으로 도피시킨 한 미국인 비유대인 남자에 대한 자세하고 사실적 내용을 기술해 놓은 부분이었다. 이 사람의 도움으로 미국에 정착한 예술인은 참 많다. 그러나 그 많은 에술인들은 도움을 준 이 사람을 만나고 그의 부탁을 들어주기를 꺼린다. 일반적으로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할 거라 여기는데.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참전 이전에 중립국으로 선언하면서 유대인의 미국입국을 거절한 원죄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도덕적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우호적이라고 했다. 이 책에서도 미국의 그런 정책으로 희생된 유대인들의 사례가 나온다.


이 책은 기원전후의 오래된 유대인 기피에 대한 원인을 파헤친 내용은 고찰되어 있진 않다. 1900년 전후부터 일어나 사건이나 그 이전의 각 나라에 존재하던 유대인 공동체가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겪었는지, 그 유적지를 찾아보고 그것을 보존 또는 자료로 남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는지 알려준다. 그러나 자세히 읽어보면 유대인을 배척함으로써 오히려 공동체적 사고로 결속되는 사람들, 또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 죽음의 위기를 넘겨준 사람을 피함으로써 자신의 아픈 기억을 들춰내고 싶지 않은 사람들.

세계의 역사는 인간들의 온갖 심리들이 서로 연결되고 끊어지고 부딪치면서 만들어지고 있다.


집에 돌아와 Netflix를 튼다. 아마도???라고 추측하고 찾았다.

<< 대서양을 건너는 사람들 >>

바로 오늘 읽은 책 내용 중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한 그 스토리였다. 책에 나온 그 사람들. 유럽 예술인의 미국 입국을 위해 노력한 비유대인 미국인들. 그 시절 이야기를 하던 그들은 정말 얼굴에 빛이 났다고 한다.

그들은 왜 그런 힘든 일은 했을까?


오랜만에 호기심으로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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