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만 개그 하나? 흥
나는 정말 정직하다.
이 정직이란 단어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글의 한 부분으로 쓰기엔 부적절하다.
좀 쉽게 말하자면 ' 눈치가 없다'는 표현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다른 의미로 풀이하자면 항상 진지한 사람 그래서 재미없는 사람, 농담으로 말해도 진짜처럼 알아듣는 사람이 바로 나 같은 유형의 인간이다.
왜 그럴까?
이유를 분석해 보면 가까이에 유머스러운 가족이나 지인들이 가까이 없었고 그리고 우리나라의 직장분위기도 대부분 경직되어 있는 위계 속에서 가벼워 보일 수도 있는 개그는 그리 호평받지 못했기 때문일 거라 여겨진다. 변명 아닌 변명입니다요.
암튼 이 나이에 느슨하지 못한 감성선 때문이라 여겨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는 노력은 한다. 후후 이 60대 중반에 무슨 노력을 자꾸 이리 하려는 건지.....살아갈 날들이 아직 남았으니 부족한 건 늘 노력을 통해 메꾸어가려는 활동적인 60대 중반 페미니스트 할매의 남다른 열정?
늘 배우는 자세로 살아가는 나는 어제도 후배로부터 대화의 기술을 하나를 배웠다.
요즘은 선거를 앞두고 있어 여론조사를 위한 전화가 무작위로 걸려온다고 한다. 그 후배의 직접적 반응과 나의 예상되는 반응을 비교해 본다.
질 문: 그 지역 후보의 업무 역량을 5점 만점이라고 한다면 얼마를 주시겠습니까?
후 배: 이 지역 일을 너무 열심히 잘한다니 5점 만점에 100점요. 백 점 만 점이면 천 점 드려야죠.
라고 했단다.
아! 나는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질 못했다.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이렇게 했을 것이다.
질 문: 그 지역 후보의 업무 역량을 5점 만점이라고 한다면 얼마를 주시겠습니까?
나 :(잠시 생각하며) 일 열심히 한다 하니 5점 만점에 4.9점으로 할게요
점수에 민감했던 교직생활이었던지라 만점을 넘어서는 점수는 아예 상상조차 할 수 없어 저렇게 숫자로 평가되는 것에 특히 정확하게 평가하려는 본능이 앞서 아예 개그적인 대답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도대체 여론조사의 점수조차 왜 저렇게 수능점수처럼 긴장하며 대답해야 하는가?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데....
이 후배로 인해 나는 언젠가 저런 질문엔 후배 같은 대답을 하리라 다짐한다.
아재개그를 old 하다고 비웃는 세대도 있다지만 나는 아재개그를 적절하게 말하는 아재와 할배들이 좋다. 예전의 직장에서 감히 꺼내지도 못했던, 썰렁하다고 평가받는 아재개그를 듣고 흐흐 웃거나 또는 잘 받아넘기는 사람들이 여유 있어 보인다. 오랫동안 긴장하고 살았던 젊은 날을 무사히 보낸 은퇴자들에게 유머감각이란 팽팽한 고무줄 같은 대화를 더 이상 힘겨루기 할 필요 없는 편안한 대화로 만들어 준다. 나도 아줌마니까 아재개그가 아닌 아줌마개그를 적절하게 쓰며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싶다.
202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