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 아니 불안해서야
불안지수 높은 사람의 여행
나는 여행계획 짜는 일 자체를 귀찮다거나 힘들어하진 않는다. 오히려 즐기는 편이라고 해도 될 듯. 20년 전부터 해온 자유여행의 경험도 있지만 2000년대 초반의 그때와 비교하면 얼마나 편해졌는지 모른다.
MS dos언어로 숙소를 찾은 적도 있지만 지금처럼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없거니와 가이드북의 지도를 꼭 지참해서 다녀야 했다. 버스시간표도 현지에서 확인하고.
그에 비하면 지금은 모든 정보는 내 손 안의 핸드폰 앱으로 다 검색, 예약, 결제까지 가능하니 너무 편리하고 신나는 시대 아닌가?
되도록이면 떠나기 전 숙소 및 모든 일정을 세팅하고 떠났다 예전에는.
얼마 전 여행을 함께한 딸이 모든 일정을 짜고 나는 동행만 했는데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 엄마는 불안지수가 상당히 높은 사람이네. 왜 그래? 그냥 편하게 다니지..."
내가 불안지수가 높다고? 처음 듣는 이 말을 듣고서야 친구들이 가끔씩 하던 말
"너 완벽주의자 맞지?"
라고 하면 난 이렇게 변명했다
" 아냐 나 덜렁이라 실수를 많이 했거든. 그래서 이제 고만하려고 노력 중이라서 그래"
실제로 큰 실수를 했고 수습하느라 꽤나 자존심 상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특히 해외여행 다닐 땐 일찍 서두른다.
10분 걸리는 곳도 30분 일찍 출발해야 한다고 딸을 닦달한다. 여권을 가방주머니에 넣고서도 수시로 손을 널어 확인한다.
기차출발 시간도 이미 머릿속에 입력해 놓았는데도 몇 번씩 전날밤에도, 당일 아침에도, 숙소 나서기 전에도 확인한다. 맞다. 늘 불안한 뭔가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여행 중에는 매사에 이런 식이었다.
불안. 말도 잘 안 통하는 해외에서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하지만 이젠 그 불안감을 줄이려 한다.
여행 관련 앱은 점차 그 기능이 향상되고 취소, 불평접수가 신속하게 되고 해결 또한 빠르다.
혼자 다니는 여행이다 보니 일정이 좀 어긋나도 불안하지 않다. 아무렴 어때? 쉬엄쉬엄 다니지 뭐.
이번 여행에서 어느 정도 나의 불안지수가 낮아지는 시간이 된 것 같다. 불안해하고 있다는 그 순간을 스스로 알아차리면서 나를 다독거린다. 괜찮아. 괜찮아.
그래도 버스출발 30분 전 도착해서 탑승구 번호를 물어보고 탑승표를 보여주곤 맞는지 확인하지만.
버스예약앱. 숙소예약앱. 파파고. 구글맵. 항공권예약앱 이런 디지털 앱들이 세상을 쉽게 여행하게 한다. 이제 해외여행도 자립하는 시대다.
24년 6월 2일 Split, Croatia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