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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야로비 Sep 05. 2020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꿈과 진로에 대한 고민

진로 교육을 했던 한 초등학교에서의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수업의 주제는 나, 가족, 직업, 진로, 꿈이었어요. 전 학년 대상의 북아트 수업이었지요.


1,2학년 저학년은 나와 가족에 대해 생각해봐요.

이 시기에는 나를 규정할 수 있는 것들이 이런 것들이잖아요. 어느 초등학교 몇 학년 몇 반 누구인지, 어느 도시에서 가족 누구누구와 함께 살고 있는지 하는 이야기들로 자기를 소개하잖아요. 이렇게 나를 생각하기 위해선 가족과 함께인 나를 돌아봐야 해요. 그래서 내 가족 구성원을 소개해보고, 그들의 장점도 자랑하지요. 어떤 경우에 내 가족이 생각나는지도 써봐요. 배가 고플 때는 엄마 생각, 아플 때도 엄마 생각,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아빠 생각, 심심할 때는 동생 생각... 등이 있겠죠.


3,4학년 중학년은 직업, 진로에 대해 탐색해요. 내 주변에 어떤 직업들이 있는지 먼저 알아봐요. 사실 내 주변의 모든 것을 직업화할 수 있어요. 책 쓰는 사람, 책 만드는 사람, 책 그리는 사람, 책 파는 사람, 책 갖다주는 사람 등으로 모든 것을 직업화할 수 있어요. 초등학생들은 어떤 직업을 선호하는지도 알아봐요. 순위에 내 꿈이 없어도 괜찮아요. 그건 그들의 꿈이고 나는 그냥 내 꿈을 이야기하면 되거든요.


5,6학년 고학년은 내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상상해보는 거예요.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 이렇게요.

생각 외로 아이들이 막막해 하네요. 쉽게 써지지 않는가 봐요. 그도 그럴 것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꿈이 없는 친구들이 많아요. 오히려 저학년 친구들이 되고 싶은 게 더 많지요. 너무 많아서 걱정인 친구들도 있고요. 자꾸 바뀌어서 쑥스러워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그러던 친구들이 학년이 올라가면 그 꿈들을 자꾸만 놓아버려요. 안 될 거라고 미리 생각하나 봐요. 





꿈, 장래희망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직업을 떠올려요. 어른들이 그렇게 물어서 그렇겠죠? 아이들 입장에서는 사실 막막하잖아요. 딱히 갖고 싶은 직업이 없거든요. 세상에 어떤 직업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러니 "저는 꿈이 없어요."라고 말할 수밖에요. 꿈은 직업으로 귀결되지 않아도 돼요. 꿈과 직업은 다르니까요. 그저 단순히 "나중에 이런 걸 하고 싶어요."라고 말할 수 있으면 더 좋아요. 


역사를 가르치는 '최태성'선생님이 늘 말씀하시죠.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한다."고요.

"어떤 직업을 가질지 고민하는 만큼 무엇을 위해서 그 직업을 원하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요.


앞서 얘기한 수업에서 꿈을 쓰는 칸에 '서울대 나와서 삼성 들어가기'라고 쓴 친구가 있었어요. 다른 친구들은 꿈이 없어서 고민하느라고 북아트 진행속도가 늦어지고 있는데, 그 친구는 재빠르게 꿈을 쓰고 북아트를 만들어나가고 있었죠.

그 친구에게 물었어요. 

"삼성에 가고 끝이야? 가서 그다음에는 뭐 할 건데?"

"없어요. 몰라요."라고 대답했던 게 생각나요.

한 번 더 이야기해요. 

"그다음도 한 번 생각해 봐. 열심히 노력해서 삼성에 간 것 까지는 좋아. 그럼 그다음에는 어떤 걸 하고 싶은지도 생각해 볼래?"라고 말이에요.

그 이후에 그 친구가 어떤 꿈을 썼는지는 지금 기억나지 않아요. 아마도 그 친구가 쓴 꿈이 너무 크게 각인돼서겠죠.


꿈에 대해서나 진로에 대해서 생각할 때, 누구라도 명확하게 명사화할 수 있는 꿈을 갖기를 원할 거예요. 명사는 왠지 목표가 확실해 보이거든요. 하지만 꿈은 동사라고 하잖아요. 명쾌하게 딱 떨어지지는 않지만 꿈에 대한 고민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그 무엇. 그게 필요해요.

 

아이들도 마찬가지고 성인들도 마찬가지예요.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정진해 나갈 건지, 직업이 아니라 진로와 꿈에 대한 고민을 해볼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 고민의 양만큼 꿈의 크기도 커지고 명확해질 거라고 믿어요. 동사의 꿈, 저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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