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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야로비 Aug 26. 2020

내게 당연함이 다른 사람에게도 당연한 걸까 생각해봅니다

어느 지역의 도서관에서 초등 1~2학년 친구들과 함께 한국사 수업을 할 때의 일입니다.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건국 신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지요. 많이들 아시겠지만, 고구려는 주몽에 의해 건국되었습니다. 이후, 주몽의 두 아들인 비류와 온조가 자신들의 나라를 건국하기 위해서 남쪽으로 내려옵니다. 형이었던 비류는 미추홀(지금의 인천)에 나라를 세우고, 동생인 온조는 위례성(지금의 서울)에 나라를 세웁니다. 이러한 내용의 백제 건국 과정을 이야기하던 중이었습니다.


"얘들아, 비류가 나라를 세운 미추홀은 지금의 인천이야. 인천엔 바다가 있잖아."라고 이야기하는데, 아이들의 표정이 낯설었습니다. '그래요? 저는 몰라요~'하는 느낌이었지요. 분명 제가 예상했던 아이들의 표정은 아니었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아! 아이들이 도시의 위치와 특징을 아직 모르는구나.' 싶었습니다. 인천이 어디쯤 위치해 있고, 인천에는 바다가 있는지 모르는 친구들은 미추홀에 자리 잡은 비류의 백성들이 바닷물과 바닷바람 때문에 농사를 짓지 못한 이유를 알 수 없거든요.


성인 수업에서는 굳이 이런 상황에서 바다가 있음을 확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바로, "미추홀은 지금의 인천 지역입니다. 따라서 바닷바람과 바닷물로 인해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가 없었습니다."라고 이야기해도 무방합니다. 우리에겐 이미 인천과 바다에 대한 배경지식이 깔려 있거든요.


그래서 아이들과의 수업은 성인과의 수업보다 훨씬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역사에 대한 깊이는 당연히 성인 수업이 훨씬 깊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겐 배경지식에 대한 설명과 역사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용어에 대한 모든 설명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나에겐 당연했던 사실이 아이들에겐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입니다.




최근 다른 분의 강의에서도 위와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얼마 전, 독서토론과 관련된 강의를 들었는데, 그 강사분께서도 저와 비슷한 실수를 하시더라고요. 


독서토론에서 읽은 책들은 제목만 들어도 알만한 책들입니다. 그 유명한 책들에 대해 이야기하실 때,  줄거리나 주인공 혹은 사건에 대한 어떠한 설명 없이 필요한 말씀만 하시더라고요. 유명 작품이라 그런지 수강생들이 모두 그 책을 읽었다는 전제하에 수업을 진행하셨어요. 필독서가 아니었음에도 말이죠.


저의 경우도 어떤 책은 읽었지만 또 어떤 책은 제목만 알고 있어서 마치 제가 읽은 것 같은 착각을 하는 책들도 있거든요. 막상 무슨 내용이지? 하면 하나도 모르는 책들이에요. 당연하죠. 안 읽었으니까요. 

역시나 용기 있는 수강생 한 분이 질문하셨어요.


"무슨 내용이에요?"


강사분은 그제야, "아.." 하고는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셨어요. 내게 너무 익숙해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남들에게도 익숙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겠죠.




지인과 함께 식사 후 가볍게 궁궐을 산책하다가 질문을 하나 받았습니다. 바로 저것의 정체가 뭐냐는 거예요.



"저기~ 지붕 위에 저건 뭐야?"

지인이 물었던 것은 '잡상'이었어요.


"저거? 몰라?"

그 순간의 제 억양이 '저것도 몰라?' 하는 억양이라서 저도 순간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아차!' 싶었습니다.

'이 사람도 이걸 모르는구나.' 역사에 대해서 그래도 조금은 아는 지인이었기에 당연히 알 거라고 저는 또 착각을 했습니다. 궁궐 좀 다녀본 사람들은 다들 안다고 생각했거든요. 저야 역사나 문화재에 대해 관심이 많고, 궁궐에 대해 공부를 했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데 말이에요.


우리는 살면서 종종 이런 실수를 하게 됩니다. 내겐 너무 익숙하고 기본이기 때문에 상대방도 당연히 익숙할 것이라는, 혹은 알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저처럼 누군가를 가르치면서 그 분야에 대해서 반복 학습이 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될 것 같아요. 내게 당연함이 남들에게는 당연하지는 않다는 것을 늘 먼저 생각해야겠습니다. 


이게 기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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