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브란트와 마르쿠스 비센은 글로벌 사우스에서 자원과 에너지를 수탈함으로써 성립되는 선진국의 라이프 스타일을 “제국적 생활양식imperiale Lebensweise”이라고 불렀다. 제국적 생활양식이란 간단히 말해 글로벌 노스Global North의 대량 생산·대량 소비 사회를 가리키는 것이다.(지속29)
“제국적 생활양식은 선진국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풍요로운 생활을 실현해주기 때문에 보통 바람직하고 매력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글로벌 사우스의 사회집단과 지역에서 벌어지는 수탈, 나아가 우리가 누리는 풍요로운 생활의 대가를 글로벌 사우스에 떠넘기는 구조가 존재한다.”(지속29)
독일의 사회학자들이 밝히듯이 문제는 “수탈과 대가의 전가 없이는 제국적 생활양식이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지속29)일 것이다. “글로벌 사우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 조건이 악화되는 것은 자본주의의 전제 조건이며, 남북 사이의 지배종속 관계는 예외적 사태가 아니라 ‘평상시 상태’인 것이다.”(지속29)
사회학자 슈테판 레시니히는 대가를 먼 곳으로 전가하여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선진국 사회의 ‘풍요’를 지키기 위해 불가결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이를 ‘외부화 사회’라고 부르며 비판했다. 선진국은 글로벌 사우스를 희생시키며 ‘풍요’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오늘뿐 아니라 내일도, 미래에도’ 선진국이 이런 특권적 지위를 유지하려 한다고 레세니히는 죄를 묻는다. ‘외부화 사회’는 끊임없이 외부성을 만들어내며 그곳에 온갖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 우리 사회는 그렇게 해야 번영할 수 있었던 것이다.”(지속29)
‘제국적 생활양식’은 북반구의 선진국들이 남반구(글로벌 사우스)의 물적 자원을 수탈하고 인적 자원을 착취해 온 제국주의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제국적 생활양식은 오늘날 뉴노멀이 된 기후 악화, 경제위기(빈곤, 실업, 저임금·장시간의 노동력 착취), 전쟁 위협을 낳고도 그 책임을 남반구 인민들에게 전가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와 같은 ‘제국적 생활양식’이 북반구 선진 국가에 국한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북반구의 제국만 아니라 그들에 기생하는 남반구의 자본 권력 및 국가권력, 즉, 남반구든 북반구든 기득 권력자들의 생활양식으로 보이는 것이다.
또한, 오늘날의 ‘기후, 경제, 전쟁’의 위기에서 북반구 선진국들도 예외일 수 없지만, 여전히 그들 위기로 인해 더 큰 고통과 피해를 겪고 있는 것은 남반구의 약소국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위기가 심화할수록 자신들도 살아 남아야 하기에 약소국민들에 대한 수탈과 착취는 더 심화할 것이다.
저들 기득 권력들의 제국적 생활양식에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 위기를 넘어 다른 사회로 변하기 위해서, 전 지구의 노동자계급, 세계시민, 민중들이 저들과는 다른 생활양식을 일상에 뿌리내려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더 촘촘한 연대가 더 단단한 결속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25. 8. 12.
-S. 고헤이:『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