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정서를 가진 이들은 조국의 사면에 무조건 동의할까? 조국혁신당을 지지하고 이재명의 압도적 승리를 기원했으면 사면에 동의해야 할까? 검찰공화국을 비판하면 조국과 그 가족의 사법 판결이 완전히 틀렸다고 말하는 것인가? 검찰 수사의 희생양이라는 표현에는, 검사들이 증거를 조작해 없는 사실을 만들었다는 논리가 포함되는가?
조국 사냥이 있었다는 걸 부정하지 않는다. (…) 가족을 도륙했다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 실형 판결을 못마땅해할 수 있다. 형량이 과하니 사면받길 희망하는 것도 자유다. 하지만 명명백백 무죄이기에 사면받아 마땅하다면, 조국은 잘못을 한 게 전혀 없다면, 그런 불공정 사회를 자녀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다. 훗날 청소년들이 세 번의 재판에서 일관되게 드러난 분명한 사실을 물을 때, 다 조작이라고 할 것인가? 검사와 판사가 짜고 친 고스톱이 아니라면, 원래 아무런 문제가 없는 행동이었다고 할 것인가?
인정한다고 희생양이 되지 않는 게 아니다. 거칠고 잔인한 윤석열의 무도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강성' 사면 옹호론자들은 계속 다그친다. 조국은 무결하다고. 이상하다. 그러면 사면이 아니라 재심으로 명예를 회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2019년 8월 25일, 조국은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아이 문제에는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였음을 겸허히 고백한다. 당시 존재했던 법과 제도를 따랐다고 하더라도 그 제도에 접근할 수 없었던 많은 국민들과 청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말았다"는 모호한 말을 한다. 아이를 더 강하게 키웠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니, 잘못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기득권이길 포기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정도였다. 그리고 8월 27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와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의 지휘로 서울대 환경대학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단국대, 공주대, 한영외고, 동양대 등에 대한 전방위적 압수수색이 시작된다.
이날부터의 검찰 행보를 조국사냥이라고 한다면, 이를 토론할 생각은 없다. 정치검사들의 민낯이라고 해도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겠다. 하지만 1심, 2심, 그리고 대법원까지 일관되게 조국과 정경심의 어떤 적극적인 행위가 깊숙하고 분명하게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나하나 열거하며 부부를 잡범으로 묘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의 리트머스 시험지 색깔은 거기까진 아니다. 적극적, 깊숙이, 분명히라는 표현까지만 하겠다. 핵심은, 당시의 시대 분위기가 어떠하든 해서는 안 되는 정직하지 않은 것들이라는 거다.
검찰이 선택적 기소를 권력으로 사용하는 것, 또 검찰이 기소한 것만을 판사가 판단하는 것의 한계를 따져볼 순 있지만 증거는 사실이었다. 법리해석의 차원에서 다툴 순 있지만 부정하긴 어렵다. 검찰이 억지로 증거라고 밀어붙이는 것과, 없는 증거를 조작해서 만들어냈다는 것 사이의 간격은 꽤 크다. 이를 무시하니, 지지자들은 여전히 흥분한다. 동양대 표창장이 무슨 의미가 있냐, 인턴 안 해도 충분히 합격할 만큼 공부를 잘했다 따위의 말을 지겹도록 뱉는다.
조국 스스로가 털면 된다. 행위에 대한 정확한 사과, 딱 한 번이면 된다. 조국은, 기회가 없는 흙수저들에게 미안하다는 식의 애매한 말만 반복하다가 2023년 7월 23일에야 "부모인 저희의 불찰과 잘못이 있었음을 자성한다"고 밝혔다. 무엇에 대한 것인지는 여전히 빠졌지만, 행위에 대한 부정을 주장하지는 않겠다는 것으로 보였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
-프레시안, 2025.8.10. 기사, <인정하고 사과하면 조국의 시간이 온다> 중에서
"조국은 잘못을 한 게 전혀 없다면, 그런 불공정 사회를 자녀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다. 훗날 청소년들이 세 번의 재판에서 일관되게 드러난 분명한 사실을 물을 때, 다 조작이라고 할 것인가?"
"인정한다고 희생양이 되지 않는 게 아니다. 거칠고 잔인한 윤석열의 무도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강성' 사면 옹호론자들은 계속 다그친다. 조국은 무결하다고. 이상하다. 그러면 사면이 아니라 재심으로 명예를 회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2025.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