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길 - 경제학은 어떻게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가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이강국 옮김, arte 2025.
원제: The Road to Freedom: Economics and the Good Society
아래의 글은 위 책의 저자가 쓴 ‘한국어판 서문’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한국어판 서문
한국에서 제 저서 <자유의 길>을 출간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날 거의 모든 사회에서는 자유와 더 나은 세상−좋은 사회−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는 실체가 없는 공허한 미사여구, 진부한 말의 연속에 불과합니다. 특히 우파들이 이런 잘못을 저질러 왔습니다. 그들은 “자유”를 이야기하면서 언론의 자유를 억누르거나 민주주의의 감시자인 언론의 핵심 역할을 경시하며 그것을 국민의 적으로 규정합니다. 미국 우파들은 자유를 찬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성의 재생산에 대한 자유를 빼앗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합니다.
전 세계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주 자유를 옹호했으면서도 기본적 자유를 빼앗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을 때 이러한 모순을 명백히 목격했습니다.
자유는 모든 좋은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지만 우리는 자유가 추상적 차원에서 갖는 의미와 그것이 어떤 국가의 주어진 상황에 적용되는 방식을 모두 더욱 깊게 이해해야 합니다. 이것이 이 책을 쓴 의도입니다. 이 책은 어떻게 한 사람의 자유가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지, 신호등과 같은 제한이 어떻게 모든 사람의 자유를 유의미하게 확대할 수 있는지 설명합니다. 신호등은 제약을 의미합니다. 초록색 신호등이 켜지기 전까지는 갈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신호등이 없다면 아무도 움직일 수 없고 교통체증이 발생할 것입니다. 내가 이 책에서 설명하듯 우리 모두는 코로나19를 예방하는 mRNA 백신의 혜택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기초연구비를 지원하지 않았다면 이 백신을 접종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는 곧 세금이 있어야만 함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원하는 대로 지출할 자유를 약간 제한함으로써−우리는 세금을 내야만 합니다−훨씬 더 의미 있는 방식으로 우리의 자유를 확장했습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자유를, 다른 누군가에게는 입원으로부터의 자유를,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는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를 선사합니다. 집단행동은 우리가 혼자라면 하지 못할 일을 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비록 우리는 세금을 내야 하지만 이런 의미에서 집단행동은 의미 있는 방식으로 우리의 자유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나는 좋은 사회는 민주적이어야만 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란 단순히 몇 년에 한 번씩 투표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직장과 공적인 삶에서 자기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사람들에게 발언권을 주는 것을 수반합니다. 민주주의는 정치권력과 경제력이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을 때만 번성할 수 있습니다. 이 둘은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내가 이 책에서 설명하듯 경제력의 집중은 필연적으로 정치권력의 집중으로 이어져 유의미한 민주주의를 약화시킵니다. 나는 이전 저서 <불평등의 대가>에서 이에 대해 경고했습니다. 나는 미국에서 부의 집중이 민주주의를 왜곡하여 1인 1표 사회를 1달러 1표 사회로 이끌고 있다고 썼습니다. 부자들이 사회 내의 타인들을 희생하여 부와 권력을 공고히 하고 강화하는 식으로 게임의 규칙을 만들기 위해 정치를 이용하는 상황으로 말입니다. 이제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배 과두세력이 공공연히 등장하여 정부의 수단뿐 아니라 언론의 중요한 부분까지 통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심지어 우파 사이에서도 이와 비슷한 우려가 오랫동안 담론의 일부였습니다. 표준적 불평등 지표는 한국의 불평등이 미국보다는 훨씬 낫지만 가장 훌륭하게 작동하는 경제에 비해서는 훨씬 나쁘다고 보고합니다. 때때로 한국의 재벌 대기업 권력에 대해 특별한 우려도 제기되어 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그것을 올바르게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는 2023년 5월 하버드 대학교(Harvard University) 연설에서 참을 수 없는 “독점 대기업이나 기업결합의 횡포”를 이야기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독점과 과점은 산업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취약한 이들의 자유를 위협합니다.” 기업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무제한의 자유를 주는 것은 나머지 사회 구성원의 자유를 빼앗는 것입니다.
세계화로 통합된 세계에서, 특히 디지털화 시대에는 각국이 스스로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커다란 도전이 나타납니다. 미국의 기술 억만장자들은 할 수만 있다면 세계를 지배할 것이고 가능한 많은 돈을 차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이상을 추구합니다. 그들은 정치권력을 추구하고 잘못된 정보와 허위정보의 확산에 제약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시민들이 거짓선전 공세에 직면한다면 어떤 민주주의도 제대로 기능할 수 없습니다. 수십 년간 우리 서구인들은 공산주의 정부의 수많은 선전을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그보다 더 해로울 수도 있는 것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곧 기술 억만장자들이 소유하고 그들의 이해와 왜곡된 이데올로기를 촉진하는 데 사용하는 사적인 선전 기계로, 그 범위와 영향력이 전 세계에 미치는 선전 체제입니다.
한국인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적 권력장악에 맞서 결집하여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한국인들은 자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유를 지키기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더욱 깊이 성찰할 시간입니다. 그 노력의 여정에서 이 책이 길잡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2025. 9.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