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하거나 부드러운

by 영진

<친구 같은 말>이라는 글에서 썼듯이, ‘담대하라’, ‘온유하라’는 말은 친구처럼 가까이 두는 말이다. 그럴 필요가 있을 때 언제든지 그럴 수 있도록 내 몸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고 싶은 것이다.


곁에 둔다고 해서 내 몸이 기억한다고 해서 내가 원할 때 필요한 만큼 배짱이 두둑하게 용감하거나 온화하고 부드럽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그것들과 한몸이 된다면 그래야 할 때 그럴 수 있을 가능성은 커질 것이다.


최근에 내 몸의 기억이 그 친구 같은 말들을 불러내는 이유는 아마도 한국 사회만 아니라 전 지구가 강 대 강의 대립으로 치닫는 양상 때문일 것이다. 이러다 전쟁이 일상이 되고 전 지구가 전쟁터가 된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을 것이다.


핵전쟁, 기후재앙, 경제위기에 직면한 지구 제국주의의 끝자락에서 그래도 오늘을 살아야겠기에 아마도 내 몸이 ‘담대하라’거나 ‘온유하라’는 말들을 불러내는 게 아닌가 싶다. ‘용감하거나 부드러운'것이 이 강한 것들의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되어주려나.



2025.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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