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체의 우위와 예술

by 영진

철학적 유물론에서 미학적 리얼리즘을 추론하는 것은 잘못이다. 물론 인식의 한 형태인 예술은 현실 인식을 함축한다. 또 사회적이지 않은 현실은 현실이 아니다. 비록 예술의 인식적 성격 내지 진리내용이 존재자로서의 현실에 대한 인식을 초월하기는 해도, 그처럼 예술의 진리내용과 사회적 내용은 서로 매개되어 있다. 예술은 본질에 대해 논의하거나 그것에 삽화를 붙이거나 혹은 어떻게든 그것을 모방함으로써가 아니라, 본질을 포착함으로써 사회적 인식이 된다. 예술은 자체의 복합상태를 통해 본질이 현상에 맞서 현상으로 나타나게 만든다. 객체에 어떤 우선권의 계기를 부여하는, 관념론에 대한 인식론적 비판을 간단히 예술에 적용할 수는 없다. 예술 속의 객체와 경험적 현실 속의 객체는 전적으로 상이한 것이다. 예술의 객체는 예술에 의해 산출된 조형물인데, 그것은 경험적 현실의 요소들을 내포하기도 하지만 이것의 위치를 바꾸어놓기도 하고 해체하기도 하며 자체의 법칙에 따라 재구성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아도 언제나 허위를 만들어내는 사진술을 통해서가 아니라 바로 그러한 변형을 통해서만 예술은 경험적 현실을 제대로 대한다. 즉 감추어진 그 본질이 출현하게 해주며, 재앙으로서의 그 본질 앞에서 당연히 느끼게 되는 전율을 제공한다. 미학적으로 객체의 우위는 무의식적 역사 서술, 억압받고 배척받는 것, 어쩌면 가능한 것에 대한 기억이라는 예술의 성격에서만 타당성을 지닌다. 객체의 우위는 지배에 대한 존재자의 잠재적 자유를 의미하는데, 예술에서는 그것이 객체들에 대한 예술의 자유로서 나타난다. 예술은 그 타자에서 자체의 사상내용을 포착해야 하지만, 동시에 이 타자를 자체의 내재적 연관 속에서만 얻게 된다. 이 타자를 예술에 주입할 수는 없다. 예술은 객체의 우위에 포함된 부정성, 즉 객체의 화해되지 않은 상태, 타율적 요인 등을 부정한다. 예술은 화해 상태를 보여주는 작품들의 가상을 통해 그런 요인을 드러내기도 한다. 581-582




ㅣ출처

미학 이론

테오도어 W. 아도르노 지음, 홍승용 옮김, 문학과지성사 2025.

원제 : Asthetische Theor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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