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보편적 소외에 의해 규정되기도 하고 또 그것을 통해 고양되기도 한다. 그러나 예술에서는 모든 것이 정신을 거쳐 가며 폭력 없이 인간화되어 있는데, 이 점에서 예술은 가장 덜 소외되어 있다. 예술은 헤겔이 정신의 고향이라고 장담한 자기 확신의 진리와 이데올로기 사이를 진동한다. 예술 속에서도 정신은 여전히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과정에서 정신은 자신의 지배적 목적들에서 해방된다. 미적 조형물들은 전적으로 정신적인 어떤 연속체를 만들어냄으로써 폐쇄된 즉자의 가상이 되는데, 주체의 의도들은 이 즉자의 현실성을 통해 충족되고 해소될 것이다. 예술은 비형상적 주체-객체-관계에서 개념적 인식이 헛되이 기대하는 일, 즉 주관적 작업을 통해 어떤 개관적인 것을 드러내는 일을 분리된 상태에서 수행하기 때문에 개념적 인식을 교정한다. 예술이 그러한 작업을 무한히 연기하지는 않는다. 예술은 자체의 가상적 성격을 대가로 자체의 유한성에 그와 같은 것을 요구한다. 예술은 스스로를 지배한다는 점에서 극단적인 자연 지배라고 할 수 있는 정신화를 통해 타자에 대한 지배로서의 자연 지배를 수정한다. 예술 작품에서 주체에 맞서서 불변적인 것 혹은 퇴화된 물신으로서 낯설게 다시 나타나는 것은 소외되지 않은 상태를 대변한다. 그러나 이 세계에서 마치 비동일적 자연으로서 잔존하는 듯한 모습을 취하는 것은 자연 지배의 재료가 되고 사회적 지배의 수단이 되어 오히려 더 소외된다. 표현을 통해 자연은 예술 속에 가장 깊숙이 파고든다. 그와 동시에 표현은 또한 예술에서 문자 그대로의 상태가 아닌 것 혹은 표현 자체는 아니지만 표현의 방법을 통하지 않고는 구체화 될 수 없는 것에 대한 기억이다. 266-267
ㅣ출처
미학 이론
테오도어 W. 아도르노 지음, 홍승용 옮김, 문학과지성사 2025.
원제 : Asthetische Theorie
아도르노 [미학이론]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