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병적으로 과도한 사고와 감각이, 수사관이라는 직업에서나 창작의 면에 있어서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천재적인 사상가나 예술가 중 정신질환자가 많은 건 우연이 아닐 거다. 비록 스스로는 괴롭고, 주변 사람들은 이상하게 볼지언정, 따분한 세상에 그 괴짜들이 어떤 특별한 존재의 흔적을 남기고 떠난다면, 그로써 그들이 세상을 다녀간 의미가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HSP와 INTP인의 세상살이)
리처드 도킨스가 단순히 유전자의 복제 욕구를 수행하는 생존 기계로 폄하한 인간에게는, 인간 고유의 자유 의지가 있다. 본인의 삶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무궁무진한 선택을 할 수 있다. 그 각각의 선택에 대해 오롯이 책임을 지기만 하면 된다. 그 선택이 일반적인 기준과 방향에서 조금 거리가 있을 수도 있고, 그 결과가 보편적인 속도와 차이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각자의 의지에 의한 선택에 따른 것이므로, 그 책임을 어깨에 지고 묵묵히 본인의 갈 길을 걸어 나가면 될 뿐이다.(이기적 유전자)
우리 믿을구석 비빌언덕 검사님은 죄는 미워하지 않고 죄를 지은 사람을 미워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형을 살면 죄는 사해지지만 죄를 지은 사람 자체는 바뀌지 않기 때문이란다.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나는 소시오패스 소리를 자주 듣는 사람치곤 의외로 인류애가 낭낭한 편이라, 이 세상 고통의 총량이 최소화되기를 바란다. 그 고통을 느끼는 사람이 피해자이든 가해자이든 누구든.(제언(提言)
사회생활이란 참 녹록지 않다. 사교 생활도 마찬가지다. 남의 집 아기나 애완동물이 너무 귀엽다며 사진을 보여주겠다고 누군가 해맑게 다가오는 순간, 나는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겁부터 덜컥 난다. 날씨나 연예인, 밥을 뭘 먹었는지, 어느 카페 디저트가 맛있는지 같은 종류의 이야기들을 대체 왜 하고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너무 따분하다. 회사에서는 일 이야기만 많이 하고 싶다. 우러나지 않는 리액션을 안 해도 되는 세상에 살고 싶다.(언리액션 전문가)
하지만 사람마다 스스로에게 기대하고 목적했던 바가 있을 테고, 그런 게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 기대하고 목적했던 바를 이런저런 이유로 이루지 못한 좌절감은 인생 전반에 짙은 그림자로 드리워 고통을 남긴다. 그래서 매일 일정 양의 괴로움을 느낀다. 봄의 벚꽃은 설레지만 가을의 단풍은 아무런 감흥을 일으키지 않는다. 가을의 선선한 바람은 그저 서글픔만 실어올 뿐이다. 그건 아마도 내 지독한 계절병 때문이겠지.(계절병)
개인적으로 바쁜 날들을 보내고 타고난 에너지가 많지 않다 보니 그 기대들에 충분히 응답하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에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 제가 싫어하는 가을을 뛰어넘고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작품을 매거진으로 여러 작가님들과 함께 공동 작업을 해보면 어떨지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라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는 식상하니까 악몽으로요. 뜬금없지만 팀버튼의 크리스마스의 악몽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공지>)
십 대 시절부터 몸을 이용해 쉽게 큰돈을 버는 방법을 맛본 소녀들이, 자라서 정상적인 노동을 하고 소소한 임금에 만족하며 평범한 직장에 다닐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그에 대한 수요가 있으므로 어느 정도의 공급도 필요하다고, 애써 그 음지에 대해 모른 척 시선을 거두어야 하는 걸까. 가슴이 너무 답답해지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성범죄는 최대한 마주하지 않고 싶다.(여성성에 대한 장상(長想)
그날은 법정에 핸드폰을 두고 와 다시 돌아가야 했고, 하늘색 셔츠를 입은 검사님은 나를 향해 뛰어왔고, 나는 한평생 몰랐던 내 병을 알게 됐고, 태훈이라는 남자애는 내게 뽀뽀를 했다. 내 인생의 방향이 크게 달라졌던, 5월의 어느 우중 하루가 떠오르는 날이다. 비는 사람을 생각하게 만든다. 이건 중의적 문장이다.(우중회상(雨中回想)
2025. 12. 6.
문장 출처 - Ubermensch의 브런치스토리 괄호 안은 글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