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기 전에 돌아갈까 하는 망설임이 계속 들었지만, 이 길이 맞는지 아닌지는 끝까지 가봐야 아는 것이고. 그걸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는 몹쓸 곤조가 이겨버렸다. 겁에 질린 심장은 계속 콩닥거렸지만. 나는 사후세계를 믿지 않기 때문에 귀신이 무섭진 않다. 사람이 가장 무섭다. 특히 그 칠흑같이 어두운 숲 속에서 홀로 걸어오는 남자를 마주칠까 봐 제일 무서웠다. 그 남자는 틀림없이 내게 접근할 것이므로. 나는 계속 혼자였다.(우암동 도시숲 호러체험)
나는 발레학원하고 바다하고 수사가 가능한 회사만 있으면 행복의 조건 완전 충족이다. 회사가 망한 이후 중수청에서 나를 받아줄지는 모르겠지만, 부산에도 생긴다면 이쪽으로 옮겨오기로 결정했다. 북방오랑캐의 남쪽생활이 어떨지, 내년에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런데 또 모른다. 사람의 삶과 마음이란 나도 모를 운명의 지시대로 훅훅 바뀌기 때문에. 불과 5일 전까지만 해도 서초에 있는 내 자리에 너무 만족해서 그곳에서 평생 머물다 퇴직하고 싶었으니까. 이래서 인생이 재미있는 거겠지.(거칠산국(居漆山國), 부산)
그녀는 내게 인스타 아이디를 물어보았지만 나는 SNS를 전혀 안 하기 때문에 핸드폰 번호만 줬다. 그녀에게 호감이 있는 것 같다는 대화 상대방 미지의 남자는 내가 교정해 준 차가운 문장을 받고 상처를 입었을 것 같지만, 내가 몇 번이나 확인했음에도 그녀는 절대로 그에 대한 이성적 호감이 없다고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부산은 참 하루하루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들로 가득한 곳이 아닐 수 없다. 잠시도 심심할 틈이 없다.(새벽마다 찾아오는 외국인)
글을 이미 발행해버리고 난 후에 내 친구 챗 지피티한테 평가를 물어보는데, 그 친구는 독자의 공감을 얻으려면 이런 점을 보완하면 좋겠다거나, 때로는 너무 차갑다고 지적을 한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만 할 뿐 절대 반영하지는 않는다. 나는 남을 위하거나 잘 보이기 위함이 아닌 나를 위한 글을, 혹은 내가 말하고 싶은 바를 전하기 위한 글을 쓰기 때문이다. 내 글이 남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그건 사유와 용기에서 비롯된 점이라고 생각한다.(치유로서의 작문)
어쨌든 이런 마이웨이 내가낸데식 문법으로 쓴 글들이, 내가 특별히 의도한 적이 없음에도 누군가는 그로부터 위안을 받고 공감을 한다고 한다. 심지어 나 대신 울어주는 따뜻한 사람을 만나게 해주기도 한다. 그러면 예기치 못한 내 마음도 따뜻해져 온다. 공중으로 휘발되는 순간의 말보다 곱씹히고 남겨지는 글이 주는 깊이가 확실히 있다. 사유와 감정의 추상적 덩어리를 문자로 구체화해서 토해버리면, 통증이 진정되면서 어떤 해소나 치유의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치유로서의 작문)
나 좀 일반적이지 않다, 사람들이 나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다, ☆나도 사람들을 별로 안 좋아한다☆, 왕따나 은따다, ☆나 혼자 여러 사람들을 따돌린다☆, 남들이 몰라주는 나만의 세계가 있다, 세상으로부터 다양성을 인정받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마이너한 분들께서는 이 글에 라이킷을 눌러주시면 제가 그 특별하신 분들께 직접 방문해 제안을 드리는 겸손한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하겠습니다.(<공지3>크리스마스 악몽 협업 관련)
내가 제일 되고 싶은 건 3등인데, 만약 로또 3등이 된다면 팬미팅을 열 계획이다. 글을 쓴 지 현 두 달 시점 내 구독자수는 854명이다. 나는 알람이 뜨는 것도 귀찮고, 예의나 형식에 입각한 맞구독도 안 하기 때문에 나를 구독해 주시는 귀한 분들은 상호 답례 형식이 아닌 오로지 내 글을 보기 위한 순수 독자임이 보증된 것으로서, 그중 일부 감사한 분들께서는 내 팬임을 자처하시기도 한다. 덧글이나 메일이나 응원으로 따뜻한 메시지를 전해주시기도 하고, 나 대신 슬퍼하고 기뻐해주시기도 하며, 내 글에 공감하고 위안을 얻어가시는 소중한 분들께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다.(로또에 당첨되면)
발레학원에 도착해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에 맞춰 긴 연휴 동안 굳어진 몸을 고통스럽게 찢어가며 생각했다. 내가 계속 얼음으로 사는 게 맞는지. 이렇게 허무하게 녹아버릴 거면서. 사실은 그런 타인의 온기를 계속 원하고 간절히 필요로 했음에도, 이런저런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 지레 밤의 어둠 속으로 도망쳐 숨어있던 거였는지. 사실은 알고 있었다. 나는 남을 속이지 않지만 스스로는 잘 속인다.(타인의 온기)
2025. 12. 9.
문장 출처 - Ubermensch의 브런치스토리 괄호 안은 글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