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즘의 핵심 개념인 '전형'은 사유 개별 경험이 개별 존재 사건을 통해서 보편적인 문제들로 나아가려는 것이었는데 아도르노는 전형을 심하게 거부한다. 전형이 따로 없다고 보는 것이다. 어떤 개별자도 깊이 들어가면 그 안에 이미 현대사회가 너무 촘촘하게 얽혀 있어서 이 사회 전체가 드러난다는 논리다. 아도르노 논리는 어떤 개별자도 진정성 가지고 깊이 들어갈 때는 전체 사회가 드러나는 본질적인 문제가 나온다고 보는 것이다.
루카치는 리얼리즘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현실의 근본 문제들을 들춰냄으로써 그걸 변화시킬 수 있는 의지나 인식을 전파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루카치는 전략적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전형'은 적절한 사례들도 찾아야 하고 근본 문제를 다 보여주더라도 어떻게 보여주고 어떤 문제들을 더 보여주고 그 색깔이 다 다를 수 있다고 봐서 전형을 강조하는 것이다.
아도르노가 굉장히 치밀한 사고를 하는데도 ‘리얼리즘’을 자연주의 수준으로 깎아내린다. 그러면서도 리얼리즘 개념을 버리지는 못한다. 그게 아도르노의 세계관에서 나온다. 위계질서를 부정한다. 짜임 관계로 간다. 다 중심에서 같은 거리가 있다는 얘기를 한다. 어느 것이 전형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 다 어디서나 전형이 되는 것이다. 따로 전형이 없는 것이다.
전형 개념은 굉장히 전략적인 사고를 요구한다. 인간이 다 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뭔가 집중해서 핵심적인 문제들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사태의 본질을 보여주는 갈등하는 인간들을 보여주고 그려내자 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삶을 통해서 사회의 핵심 문제들 갈등들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전형은 작품을 통해 사회의 근본 문제들로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다. 똑같이 근본 문제로 들어가는데 아도르노는 아무 데서나 들어가도 된다고 하는 것이고 루카치는 전형적인 것들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고 드러내어 설득력있게 형상화해내는 작가의 능력 문제이기도 하다.
-하영진, '전형과 진정성', <도시의 무지개> 299-303쪽. 발췌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