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르노에게 '변증법'은 사유의 ‘동일화’에 맞선 ‘비동일성에 대한 철저한 의식’이다. 아도르노는 ‘적합성’(adäquatio)의 원칙에 근거하여 개념과 대상의 일치를 이루어냈다고 믿는 동일성의 가상을 비판한다. 사유가 대상에 적합하다고 믿는 개념은 대상으로부터의 추상일 뿐이기 때문에 그 대상을 완전하게 포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념으로 완전히 추상될 수 없는 개별자와 특수자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은 바로 동일화하는 사유를 통해 생겨나고 동시에 밀려난 ‘비동일자’를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아도르노가 비판하는 동일성 철학은 보편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보편성의 추구는 개별자를 배제하게 된다.
이러한 인식 자체가 안고 있는 결함을 해소하기 위해 아도르노가 제시하는 ‘짜임관계(Konstellation)’는 인식자체의 불완전성을 자각하고 자체 내에 안주하지 않는 사유방식이다. 짜임관계만이 내부에서 개념이 잘라내 버린 것, 즉 개념이 될 수는 없지만 또한 그만큼 되고자 원하는 것, 개념 이상의 것을 외부로부터 표현한다는 것이다.
아도르노의 ‘짜임관계’는 사유에 불가피한 동일성을 행하면서도 비동일자를 잘라내지 않을 수 있는 사유, 다시 말해 보편성을 추구하면서도 개별자를 배제하지 않을 수 있는 사유라고 할 수 있다. ‘짜임관계’를 통해서 아도르노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현실에 대한 철저한 인식이다. ‘동일성 사유’는 일면적이고 비동일자들에 억압적이기 때문에 비판을 가하는 것이다.
-하영진, '아도르노와 변증법 그리고 짜임관계', <도시의 무지개> 18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