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사랑 4

by 영진

90

나는 그날 일몰을 사랑했다고 말하고 싶어. 그리고

앞으로도 무언가를 사랑한다면 바로 그렇게 사랑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그렇게’ 존재한다는 단순한 사실 때문에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아름다움은 있는 그대로 존재해(물론

어려운 문제는 있어. 그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품고

있는 세상은 어떻게든 다르게 존재해야만 한다는

것이 아주 골치 아픈 문제야).

[정혜윤, 스페인 야간비행, 43]



92

토니 모리슨은 나무들처럼 여러 가지 감정의 색을

입힐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버리라고 말했어.

작고 성급한 감정들을 믿지 말라고. 큰 감정을

따르라고. 보다 큰 감정, 보다 차원 높은 감정을

따르라고. 사실 너도 나도 잘 알고 있지?

“나는 외로워” “나는 혼자야” “나는 하찮아”

“나는 못해” “나만 불행해” “너는 행복하잖아”

같은 작은 감정들로는 아무것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정혜윤, 스페인 야간비행, 60]



94

눈을 감았다 떠도 달은 변함없이 떠 있었어.

가장 좋은 것은 늘 항상 함께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떠 있었어. 가장 좋은 것은 변한 것처럼 보여도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처럼 떠 있었어.

가장 좋은 것을 잊지 말라고 말하는 것처럼 떠

있었어. 선택했기 때문에 길은 우리 눈에서 점점

좁아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 그러나 그 길의

끝에서 고개를 돌리면 우리가 사랑하는 얼굴들이

같이 걷는 것을 보게 될 거야.

[정혜윤, 스페인 야간비행, 61]



111

우리는 인생에서 이룬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는 인생 전체가 중요하다는 것, 매일매일이

불행하다가 어느 한 순간 찬란하게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 나는 뼈 한 조각을 보면서 보람이란

것을 어떤 핵심적인 것, 본질적인 것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혜윤, 사생활의 천재들, 50]



2025.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