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사랑 7

by 영진

겨울에 사랑했던 것들 중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칼바람’이다. 살을 에는듯한 칼바람을 맞고 있으면 정신이 번쩍 드는 살아 있는 느낌이 좋다. ‘칼바람’을 즐겨 맞았던 곳으로 설악산이나 태백산, 강릉과 속초 바다가

생각난다.


어느 해 한라산에서 예기치 않은 기상 악화로 눈보라와 휘몰아친 칼바람 속에서 생명에 위협을 느꼈던 기억도 나지만, 역시 칼바람을 제대로 맞은 건 암벽이나 빙벽에서였다. 사실 이렇게 글로 이야기하지만 얼음벽에서 맞는 칼바람에 어떤 느낌이란 게 있었나 싶긴 하다.


다음으로 떠오르는 건 ‘사케’라는 술이다. 연극에 진심이던, 일본의 한 극단에 매료돼 매년 일본까지 공연을 보러 간다던 한 선배가 좋아했던 술 ‘사케’. 애주가도 아니고 술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술이 사케가 생각난 건 그 선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 날의 추운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눈발이 날리던 유난히 추웠던 그 날의 꽁꽁 얼어붙은 몸을 녹여주던 사케였지만 사람들의 언 마음까지 녹이진 못했던 것 같다.


겨울에 자는 잠. 겨울잠을 애정한다. 겨울잠을 자는 곰 같은 구석이 없지도 않다. ‘듬직’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 보다 느릿하고 미련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듬직한 덩치를 가진 친구들이 좋기도 하다. 어쨌거나 겨울엔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더 잠을 자려고 하는 편이다. 해가 짧아지고 일찍 어둠이 찾아오는 신진대사에 맞춰 몸이 반응하는 것인지 어떻게든 겨울엔 잠자는 시간을 조금 더 늘리려 한다. 따듯한 이불 속이 좋기도 하다.


가을을 사색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나의 뇌는 일년내내 하루 24시간 사색에 잠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만 겨울의 성찰을 애정 한다고 해야겠다. 겨울이어서 유난히 적막하게 느껴지는 산속을 찾아 거닐거나 겨울이어서 유난히 따듯하게 느껴지는 한적한 동네 카페를 찾아 몇 시간씩 혼자만의 고요와 사색을 누리는 건 겨울이어서 더 사랑스러운 것들이다.



2026.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