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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Oct 04. 2023

아도르노의 문체

아도르노는 현실에 대한 인식에서 일면적 사유라고 할 수 있는 동일성 사유와 체계화하려는 사유를 경계하며 부단히 비동일자를 함께 사유할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그의 ‘사유 비판적’ 사유로 이름 붙일 수 있는 문학예술론의 실현은 문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는 자신의 이론적인 글을 마치 예술작품과도 같이 다루고 있는데, 그것은 그가 예술작품의 진리 내용은 그 형식을 통해 드러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론의 내용(사상 혹은 정신) 뿐 아니라 그 형식에서도 철저히 자신의 이론을 육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도르노의 변증법적 사유는 사유에 이질적인 것을 사유 자체의 한 계기로, ‘사유 자체에서 내재적 모순으로서 재생산되는’ 계기로 파악한다.(ND, 35) 그런데 그 이질적인 것에 대해 반성을 행하는 순간 그 이질적인 것을 근절해 버리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데 그 해결책이 바로 문체인 것이다.      


그런 모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투쟁하는’ 아도르노의 글쓰기를 테리 이글턴은 “정 떨어지는 글쓰기”, “대상의 ‘나쁜’ 직접성과 개념의 거짓 자기 동일성을 피하기 위해 모든 문장의 구조 속에서 고투를 벌이고, 비틀고, 자체로 되돌아가는 항상 위기상태의 담론”이라고 표현한다.      


심란하고 복잡한 문체는 아도르노가 개념을 부적절한 것으로 폐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물에 적절한 개념을 찾으려는 사유의 충실함을 의미한다. 육체의 느낌과 구체성의 충만함을 사유에 부여하려는 아도르노에게서 육체란 지금껏 본 대로 개념에 가두어 둘 수 없는, 사유의 빈약한 윤곽을 빠져나가 자신대로의 풍부성을 누리려는 감각할 수 있는 구체성인 것이다.      


아도르노는 체계에 대한 거부로서 에세이적, 모델적, 병렬체적 글쓰기를 제시한다. 에세이는 대상에 대해 열려 있는 서술을 추구하면서, 대상을 이원론적인 술화의 닫힌 체계 속에 가두어두거나 의미론적 기본 대립 쌍의 어느 한쪽 항으로 환원시키기를 거부한다. 아도르노의 에세이의 대상은 유일무이한 것, 비동일적인 것이다.      


페터 지마에 따르면, “에세이는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더라도, 비동일성의 의식을 존중한다”(IT, 319) 또한, 에세이는 체계적 술화가 대상에 덮씌우는 개념적 틀을 거부한다. “개념의 빈틈없는 질서는 존재자와 일치하지 않는다. 따라서 에세이는 완결된 연역적(또는 귀납적) 구성을 추구하지 않는다”(IT, 319)     


또한 아도르노는 <부정변증법>에서 모든 논거를 선행 논거로부터 도출해 내는 연역적 방법보다는 모델의 형식을 옹호한다. 모델은 텍스트 전체에 인과적, 논증적으로 통합되지 않는다. 모델과 텍스트 전체의 관계는 환유 내지 제유의 관계이다.      


모델은 특수한 것, 그리고 특수한 것 이상을 다루지만, 그렇다고 이 특수자를 보편적인 상위 개념 속에 통합시키지는 않는다. 철학적으로 사유한다는 것은 모델로 사유한다는 것이나 같은 말이다. 부정의 변증법은 모델 분석의 모음이다.(ND, 37)

     

아도르노는 <미학이론>에서도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책은 하나의 중심을 둘러싸고 동심원적으로 배열된, 동등한 무게의 병렬적인 부분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때 중심은 이 부분들의 구도 속에서 표현된다.(ÄT, 322)           



Th. W. Adorno, Ästhetische Theorie, Surhkamp Frankfurt/M., 1970, 이 책에 대한 인용은 ‘ÄT, 쪽수’로 표기/ 테오도어 W. 아도르노, <미학이론>, 홍승용 옮김, 문학과 지성사, 1997/ Th. W. Adorno, Negative Dialektik, Frankfurt/M., 1966. 이 책에 대한 인용은 ‘ND, 쪽수’로 표기/ Th. W. 아도르노, <부정변증법>, 홍승용 역, 한길사 1999.          



2011.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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