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필요해 보인다

by 영진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국제개발처(USAID) 폐쇄 및 해외원조 예산 삭감, 이를 주도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비판했다. “세계 최고의 부자(머스크)가 세계 최빈국 어린이들의 죽음에 기여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목을 끈다.


지구의 80억 인구 중에 대략 7억, 매일 11명 중 1명,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5명 중 1명이 기아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들은 바 있다. 자연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로 인해 앞으로 식량 고갈 문제가 본격화된다면 기아로 고통을 겪는 인구는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 큰 관심사가 아닌 세계적인 부자들인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도덕적 책임(노블리스 오블리제)이 최근 들어 나의 이목을 끄는 것은 ‘부의 사회 환원’ 때문만은 아니다. 그 보다는 도널드 트럼프나 일론 머스크와 같은 권력에 대한 비판, 부자 증세나 상속세 폐지 반대와 같은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몸소 실천하고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세계 최빈국 어린이들의 죽음에 기여하고 있다”는 비판은 트럼프나 머스크와 같은 권력자들이 그들의 죽음을 막아야 한다는 당위적인 것이라기보다 그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도 도덕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일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극단적 이익의 시대’를 맞아 기득 권력들의 ‘악행’이 점점 더 노골화되고 있는 반면 점점 더 도덕적 ‘책임’은 회피하거나 다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빌 게이츠와 버핏의 권력 비판과 실천은 의미있어 보인다.


한편으로, 기득 권력들의 도덕적 책임만으로 기아와 같은 인류사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 제기는 늘 있었고 동의할 수도 있지만,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일 것이고, 그러한 무책임이 기아나 빈곤을 야기하는 경제 양극화와 같은 근본 문제 해결에 대한 책임 회피로 이어진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경제 양극화만 아니라 기후 및 전쟁 위기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기득 권력들의 책임회피와 무책임에 대한 기득 권력들의 비판은 늘 필요해 보인다.



-하영진, '늘 필요해 보인다', <손잡고 한 걸음> 77-78쪽.




손잡고 한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