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성

by 영진

예술 작품은 본질적으로 전체와 부분들의 관계에서 과정이다. 작품을 어느 한쪽 계기로 축소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관계는 그 나름으(407)로 하나의 형성 과정이다. 예술 작품에서 아무튼 총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그 부분들 모두를 통합하는 틀이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예술 작품의 객관화 과정에서도 예술 작품 속에서 작용하는 경향들 덕분에 비로소 산출되는 것이다. 반대로 부분들은 분석 작업에서 거의 불가피하게 오해되는 것처럼 주어진 상태들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들은 전체를 향해 나아가는 힘의 중심들이며, 물론 필요에 따라 작품 전체에 의해 미리 형식화된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변증법의 소용돌이는 마침내 의미의 개념을 삼켜버린다. 역사의 심판에 비춰볼 때 과정과 결과의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고, 특히 개별 계기들이 어떤 식으로든 잠재적으로 미리 생각한 총체성에 순응하지 않을 경우, 이때 벌어지는 차이로 인해 의미가 파괴되는 것이다. 예술 작품이 자체로 확고부동한 것 혹은 결정적인 것이 아니라 역동적인 것이라면, 부분과 전체의 관계가 시간 속에서 전개되고 그것들이 이러한 관계를 해체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예술 작품의 내재적 시간성은 부분 및 전체에 다 같이 나타난다. 예술 작품들이 그 과정적 성격으로 인해 역사 속에서 살아 있다면 또한 역사 속에서 소멸할 수도 있다. 종이 위에 그려놓은 것, 캔버스 위의 색이나 석재 따위를 통해 형상으로서 지속하는 것의 제거 불가능성은 결코 본질적인 면에서, 즉 자체로 역동적인 정신의 측면에서 예술 작품의 제거 불가능성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예술 작품들은 결코 사물화된 의식이 역사적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예술 작품들에 대한 사람들의 입장이라고 간주하는 바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한 변화는 작품 자체의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변화에 비하면 외적이다. 즉 나타나는 순간에는 알 수 없던 한 층과 다른 층들의 교체, 점차 드러나며 분화되는 작품들의 형식 법칙에 의한 그런 변(408)화의 결정, 투명해진 작품들의 경직, 그것들의 노화, 그것들의 침묵 등에 비할 때 그렇다. 결국 작품들의 전개는 그것들의 와해와 같은 것이다.(409)



ㅣ출처

미학 이론

테오도어 W. 아도르노 지음, 홍승용 옮김, 문학과지성사 2025.

원제 : Asthetische Theor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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