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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각자가 자신에게 해야 할 이 물음이야말로 의미 있어 보인다. 그 물음에 따라 자신이 살고 싶은 사회에서 살아갈 가능성이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회를 살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현실 개입을 통해 바라는 사회를 실현해 갈 것이기 때문이다. 바라는 사회를 실현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내가 바라는 사회의 모습이 현실의 변화에 따라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고 내일 달라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달라진 현실에 맞춰 또다시 물어야 할 것이다. 나는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그 물음이야말로 자신이 바라는 사회의 실현 여부보다 더 의미 있어 보인다.
그 물음으로부터 현재 어떤 사회인가에 대한 인식을 통해 자신이 살고 싶은 사회를 그리며 실현해 가게 될 것이다. 인식한 현실이 어떤 사회이든, 실현된 사회가 어떤 사회이든 그 사회를 토대로 자신이 살고 싶은 사회로 끊임없이 변화시켜 가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의미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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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와 엥겔스가 150여 년 전에 연구를 통해 제시한 오래된 미래인 ‘각자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 사회’, 그들의 연구를 이어받은 ‘탈성장 코뮤니즘’(사이토 고헤이)이나 ‘풍요로운 평등사회’(홍승용)를 구현하려는 바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현재 하는 상태로부터 시작해서 좀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렇게 ‘자의식적으로’ 실현한 만큼의 사회를 살게 될 것이다.
쿠바인들 역시 자신들이 살고 싶은 사회를 실현해 왔다. 그들이 지향하며 만들어 온 평등한 사회의 모습에서 ‘독점자본’이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하며 의료·교육·주택의 무상화를 실현하는 모습은 의미 있어 보인다. 그 보다 그들 사회에서 더 의미 있어 보이는 것들은 쿠바인들이 자신들이 살고 싶은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서서 간 자들을 참조하지만 추종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쿠바의 길’을 가고 있다”, “복지와 인권에 대한 이상을 심각한 경제위기의 와중에도 버리지 않았다”, “그들이 실현하고자 했던 세상은 단순히 경제 체제의 변화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부와 소득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간이 소외에서 벗어나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었다”, “새로운 사회는 거대한 인민의 잠재력의 개발 이외에는 기댈 것이 없다”, “혁명 과정을 통해 자신들을 변화시켜 나갈 것이고, 이것이 또한 그들이 만들어 놓은 각종 제도들과 사회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웃, 더 크게는 지역사회가 가족의 사회 자본에 영향을 미친다”, “경쟁은 타인을 발로 차서 떨어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친구와 서로 도우며 자신을 갈고닦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인 에너지 혁명이 필요하지만 여기에는 의식 혁명도 뒤따라야 한다”, “새로운 사회정책을 유아기부터 철저히 가르치면 아이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 가족과 공동체 전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보육원 때부터 시작한다면 그 아이의 인생에 행동의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다”, “공동체의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으며, 쓰면 쓸수록 많아지고 늘어나는 개인들이 관계를 통해 만들어낸 자본, 그 ‘사회 자본’을 누리며 살아간다”, “주택문제에 대해 직업, 식량, 건강, 교육이 연결되어 있다는 ‘포괄적’ 관점으로 접근한다”, “오직 참여민주주의, 즉 민중이 나라의 정치적ㆍ경제적 사안들에 일상적으로 꾸준히 개입하는 것만이 민주주의를 보장한다”, “‘계속되는’ 특징, ‘창조적이지 않고 상상력 없는 것에 반대되는 ‘혁신성’, ‘자신들 나름대로 생각하는’ ‘쿠바니아’를 제2의 천성으로 삼고 있다”, “모든 쿠바인은 정치가가 아니라도 어떤 경로로든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중앙혁명정권이라고 하는 권위를 가지면서 지방분권화로 주민자치를 진행하고 있다”, “워크숍의 구성원들은 지역과 친숙한 이들이기 때문에 그곳 주민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느끼는 과제들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쌓아간다”. “맨 밑바닥에서부터 토론 문화를 소중히 키워나간다”, “우리는 자본주의에서 채택한 범주들을 가지고 사회주의를 만들고 있다. 따라서 이것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 큰 관심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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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인들이 살며 채워온 시간과 공간은 우리와 다르지만 낯설지만은 않다. 우리가 그들처럼 살아야 할 이유도 그들처럼 살지 말란 법도 없다. 쿠바인들만 아니라 지구의 또 다른 그들을 통해서도 우리를 위해서도 어떻게 지구의 시공간을 채워갈 것인지 어떤 생산방식. 어떤 국가. 어떤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갈 것인지는 우리들에게 중요한 공통의 관심사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들의 삶은 하나의 참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인지, ‘살고 싶은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부터 다시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위기’와 ‘전환’의 시대라서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늘 그렇지 않았나. 늘 변화하고 있지 않나.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가는 ‘우리’의 몫일 수밖에 없지 않나. 오직 우리의 힘과 분투로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두 가지를 얻게 될 것이다. 쟁취한 그것과 새로운 것을 쟁취할 가능성의 존재인 자기 자신을.
2023. 6. 24.
*쿠바 관련 도서, 배진희, <거꾸로 가는 쿠바는 행복하다>, 시대의 창 2023 / 김창진, <쿠바 춤추는 사회주의>, 가을의 아침 2017. 외 다수
*마지막 문장, 박노해, <박노해의 걷는 독서>, “쟁취하라, 오직 자신의 힘과 분투로 그리하면 두 가지를 얻게 될 것이다. 쟁취한 그것과 새로운 것을 쟁취할 가능성의 존재인 자기 자신을.”에서 따옴. 출처: 나눔문화(www.nan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