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제 마침내 실현되어야 할 일을 기록하는 주관적 충동은 그 뒤에서 이루어지는 객관적인 일, 즉 생산력 발전이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예술은 이 생산력을 가장 본질적인 면에서 사회와 공유하면서 동시에 그 자체의 생산력 발전을 통해 사회와 대립하기도 한다. 예술에서 생산력 발전은 다의적이다. 그것은 예술의 자족 상태에서 결정체를 이루는 수단들 가운데 하나다. 나아가 그것은 예술의 외부에서 사회적으로 생성되어, 때로는 예술에 진보만을 초래하는 것이 아닌 이질적이고 적대적인 기술들을 흡수하는 일이기도 하다. 끝으로 예술에서도 인간적 생산력, 예를 들어 주관적 세분화 상태가 확장되기도 한다. 진보적 의식은 작품이 해답을 제시하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역사가 침전되는 재료의 수준을 확인한다. 그러나 바로 그러한 점에서 그것은 또한 처리 방식에 가해지는 가변적 비판이다. 그것은 기존 상태를 넘어서 미지의 영역에까지 들어간다. 그와 같은 의식에서 자발성의 계기는 제거할 수 없다. 이 자발성을 통해 시대정신은 특유한 것이 되며, 그 단순한 재생산은 극복된다. 그러나 기존 방식들을 단순히 반복하지 않는 일도 역사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각 시대가 자신에게 부여되는 과제를 해결한다는 마르크스의 말에도 부합된다. 실제로 각 시대는 마치 2차적 자연에 근거해 기술 수준에 반응하고(439) 일종의 부차적 미메시스를 통해 그러한 수준을 계속 밀고 나아가는 미적 생산력 내지 재능들이 성장하는 듯하다. 그처럼 시간 외적인 것 내지 천부적 소질이라고 여겨지는 범주들도 시간적으로 매개되어 있다. 예를 들어 영화적으로 사물을 보는 시선이 천부적인 것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미적 자발성은 미 영역 외부 현실에 대한 관계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것은 현실에 대한 현실 순응을 통한, 현실에 대한 특정한 저항이다. 전통적 미학에서 창조적인 것으로서 시간과 무관하다고 여겨지던 자발성은 자체로서 시간적이며, 또한 개별자를 통해 개별화되는 시간에 관여한다. 이로써 자발성은 작품들 속에서 객관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의지라는 관념에 들어 있는 것과 같은 하나의 주관적 공약수로 작품들을 통분할 수는 없지만, 작품들 속에 시간적 요인이 파고든다는 생각은 예술의지 개념에서 합당한 것이다. [파르지팔]에서처럼 예술 작품들에서는, 이른바 시간예술들의 경우에도 시간이 공간으로 된다.(440)
ㅣ출처
미학 이론
테오도어 W. 아도르노 지음, 홍승용 옮김, 문학과지성사 2025.
원제 : Asthetische Theorie
아도르노 [미학이론]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