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변화

by 영진

자발적 주체는 예술 작품들의 논리성에까지 옮겨지는 그 자체의 이성적 성격 못지않게 그 내부에 저장된 것을 통해서 어떤 보편적 존재면서, 현재적이고 현장적인 것을 만들어내는 점에서 시간적으로 어떤 특수한 존재다. 과거의 천재론도 이러한 점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부당하게 그러한 특성을 어떤 카리스마에 전가했다. 이러한 일치는 예술 작품들에도 파고든다. 이 일치를 통해 주체는 미적으로 객관적 존재가 된다. 그 때문에 작품들은 결코 수용적 측면에서만이 아니라(440) 객관적으로도 변화한다. 즉 작품 속에 고정된 힘은 계속 살아 있다. 물론 이 경우 수용을 도식적으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언젠가 벤야민은 관찰자의 수많은 눈이 여러 그림에 남긴 흔적들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또 어떤 중요한 영향이 한때 해놓은 일이 무엇인지 판정하기는 어렵다는 괴테의 말도 단순히 이미 이루어진 견해를 존중하는 데에 머물지 않는다. 작품들이 석재나 캔버스 혹은 서적이나 악보 등을 통해 정착된다고 해서 작품들의 변화가 중단되지는 않는다. 설혹 작품들을 시간으로부터 끌어내 정지시키려는 신화적 편견에 사로잡힌 의지가 그러한 정착 과정에 관여하더라도 그렇다. 정착된 것은 작품들 자체가 아니라 부호 또는 기능이다. 이러한 요인과 정신 사이의 과정이 작품들의 역사다. 각각의 작품은 모두 정지 상태에 이른 것이지만 그것은 또한 다시 운동할 수 있다. 정지하는 계기들은 서로 화해 할 수 없다. 작품들의 전개란 그것들의 내재적 역동성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작품들이 그 계기들의 결합 형태를 통해 말하는 바는 시대에 따라 객관적으로 서로 다른 것을 의미한다. 또 바로 그러한 것이 궁극적으로 작품들의 진리내용에 작용한다. 작품들은 해석될 수 없어 침묵할 수도 있다. 또 종종 망가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작품들의 내적 변화는 대개 어떤 타락, 즉 작품들이 이데올로기로 추락하는 현상도 내포한다. 과거의 작품 가운데 훌륭한 작품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문화의 재고량이 축소되는 것이다. 작품들이 일종의 재고품으로 중화되는 현상은 작품들의 내적 와해를 나타내는 외적 측면이다. 작(441)품들의 역사적 변화는 형식 수준에도 작용한다. 오늘날 가장 높은 형식 수준을 요구하지 않는 주요 예술을 생각할 수는 없지만, 그러한 형식 수준도 존속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반면에 자체로서는 별로 큰 야심을 품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작품들에서도, 그 당시에는 그 작품들이 지니기 어려웠던 성질들이 때때로 나타나기도 한다. 클라우디우스나 헤벨Hebel은 그들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지녔던 헤벨Hebbel이나 [살랑보]를 쓸 당시의 플로베르보다 더 끈질긴 힘을 보이고 있다. 다소 높은 형식 수준에 비해 비교적 낮은 형식 수준에서도 그런대로 번창하는 패러디 형식은 그러한 관계를 성문화한다. 작품들의 수준은 고수하면서 또한 상대화해야 할 것이다.(442)



ㅣ출처

미학 이론

테오도어 W. 아도르노 지음, 홍승용 옮김, 문학과지성사 2025.

원제 : Asthetische Theor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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