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으로서 ‘초월적인 것’

by 영진

자연은 그 자체 이상의 것을 말하는 듯해 보임으로써 아름답다. 이 초월적인 것Mehr을 그것의 우연성에서 벗어나게 하고 그것의 가상을 자유로이 처리하며 그것 자체를 가상으로서 규정하면서 또한 비현실적인 것으로서 부정하는 것이 예술의 이념이다. 인간에 의해 이루어진 초월적인 것 자체가 예술의 형이상학적 사상 내용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즉 형이상학적 사상 내용은 전혀 보잘것없어도 예술 작품들은 초월적인 것을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정립할 수도 있다. 예술 작품들이 예술 작품으로 되는 것은 그 초월적인 것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술 작품들은 그처럼 자체의 초월성을 만들어내기는 해도 초월성의 무대는 아니다. 이로써 예술 작품들은 초월성 자체와 다시 구분된다. 예술 작품들 속에서 초월성이 자리 잡는 곳은 작품을 이루는 계기들의 연관 관계다. 예술 작품들은 현상이면서도 그러한(187) 연관 관계를 추구하고 이에 따름으로써 현상을 초월하지만, 이러한 초월은 비현실적일 수 있다. 예술 작품들은 이 초월을 이룩함으로써 어떤 정신적인 것이 되지, 의미들을 통해 비로소 그렇게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예술 작품들의 초월성은 그것들의 말하는 요인 혹은 문자이지만, 그것은 의미를 지니지 않는 문자,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복면한 혹은 가려진 어떤 의미를 지니는 문자다. 주관적으로 매개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러한 초월성은 객관적으로 드러나지만, 그만큼 또 산만하다. 그와 같은 초월성에 도달하지 못하면 예술은 예술의 개념에 이르지 못하고 탈예술화된다. 하지만 예술은 또한 효과의 연관 관계로서 초월성을 추구할 때에도 초월성을 배반한다. 이상과 같은 점은 새로운 예술의 한 가지 본질적인 척도를 함의한다. 작곡한 곡들이 음향효과 혹은 단순히 준비된 재료에 머물거나, 그림들이 기하학적 틀로 환원되어 그 환원 상태에 있는 그대로 머문다면, 그것들은 예술이 되지 못한다. 그 때문에 수학적 형식들을 이용하는 모든 작품들에서는 그러한 형식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해진다. 억지로 전율을 만들어내려고 해도 쓸모없다. 그러한 것은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예술 작품들의 역설 가운데 하나는 그것들이 정립하는 것을 결코 정립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예술 작품들의 실체성은 그러한 점에 비추어서 평가된다.(188)



ㅣ출처

미학 이론

테오도어 W. 아도르노 지음, 홍승용 옮김, 문학과지성사 2025.

원제 : Asthetische Theor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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