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때에 눈이라니 반가울 리 없지만 반갑기도 한 것은
워낙 눈이라는 것을 볼 수 없는 지역에 살다보니 그런 것이겠다.
얼마만에 보는 눈인지. 그것도 펑펑 내리는 눈을.
지붕과 나무 위에 소복이 쌓인 눈을 본 것이 얼마만인지.
뽀드득 뽀드득 눈길을 걸어 본 것이 얼마만인지.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세상을 보는 게 얼마만인지.
그 반가움 때문인지 눈사람을 만들어 보내는 이들도 있지만
그 반가움도 잠시.
운전에 걸음걸이에 눈길 조심하라는 인사를 나누기 바쁘다.
밤새 빙판길로 변해있을 아침 출근길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고
그러다 아직 봄이 오는 중인데도 기후 변화로 인해
이번 해엔 더위가 또 얼마나 빨리 찾아올는지.
점점 빨라지고 길어지는 더위와 추위가 떠오른다.
얼마나 더 뜨거워질는지. 얼마나 더 차가워질는지.
기후변화야 적응하면 그만이지만. 그 적응에도 비용이 드니 문제겠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무더위와 맹추위에 일하기가 생활하기가 어려운 이웃들이 문제겠다.
기후 변화야 모두가 겪는 일이라고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은
모두가 동등하게 겪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겠다.
그래도 경제 불평등은 인간의 일이니 인간의 의지로 극복 가능한 문제라지만
기후 변화는 자연의 일이니 인간의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 문제겠다.
그래도 고귀한 인간으로서 지금껏 그래왔듯이 해야하고 할 수 있는일들을 하지않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너무 오랜만에 펑펑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이렇게 눈을 맞이한다.
2026. 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