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작가라고 불리길 좋아하던 선배가 있었다. 이작가님~ 하고 부르면 그렇게 좋아하셨다. 그처럼, 그토록 작가가 되고 싶어 하셨기에, 밥이나 술이 먹고 싶으면 그 선배의 기분을 한껏 올려주면 되었다. 이작가님~ 글 너무 잘 읽었어요~ 글이 느으무 좋던데요~ 하면서 말이다.
그 선배는 실제로 작가 지망생이었고, 소설이나 비평을 쓰곤 했는데 글이 좋았다. 등단을 했는지 여전히 등단을 준비 중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그 선배는 작가라고 불리면 좋아했다는 것이고, 작가가 되고 싶어 했고, 오늘도 좋아하는 글을 쓰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브런치스토리에서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면서 '작가'라는 말에 대한 글을 종종 접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작가'라는 말에 스스로 어색해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글들을 본다. 그럴 수 있다고 여긴다. 나는 작가인가, 작가라는 표현을 써도 되는가, 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강 작가처럼 영국 부커상(<채식주의자>)이나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작별하지 않는다>) 수상 작가도 아니고, <저주토끼>의 정보라 작가처럼 부커상 최종 후보,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작가도 아니고, <시그널>이나 <싸인>의 김은희 작가처럼 유명 드라마작가도 아닌데, 나도 작가인가, 물을 수 있다.
나는 브런치 작가다. 일정한 절차를 거쳐서 브런치스토리에 작가로 글을 쓰게 된 브런치 작가다. 브런치 작가가 되어 상금을 받은 것도 아니고 글을 쓴다고 원고료를 받는 것도 아니고 받는 건 이웃 작가님들의 응원뿐이지만 나는 브런치 작가다.
여느 이웃 작가님들처럼 소설로, 시로, 수필로 등단한 작가도 아니고, 종이책을 출간한 출간 작가도 아니지만, 나는 브런치 작가다. 앞으로 등단할 수도 있고, 종이책을 출간할 수도 있고, 부커상은 아니더라도 지역 문예상에 응모할 수도 있고, 언젠가 더 이상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지금 나는 브런치 작가다.
브런치스토리에서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쓰는 이상 나는 브런치의 '작가'다. 나는 작가라고 불리는 걸 좋아하지도 않지만, 작가 지망생도 아니지만, 작가 누구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작가님들의 모습이 보기 좋기도 하지만, '작가'라는 말과 관련하여 지금 나에게 분명한 사실은, 이것이다. 나는 오늘도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는 브런치 작가다.
2023.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