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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Jan 31. 2024

꿈꾸는 여행

나에게 여행의 의미는 다른 문화, 낯선 것, 나 자신과의 만남의 시간이다. 집을 나서면 여행이라고 여기고 있고, 일상 같은 여행, 여행 같은 일상을 즐긴다. 

     

먼 곳의 여행만 아니라 동네 한 바퀴도 나에게는 여행이다. 익숙한 일상 속에서 낯선 것을 발견하는 기쁨,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면 그곳이 어디이든 여행이라고 여긴다.      


나는 여행을 할 때면 주로 걸어 다니는 편이다. 걷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인 자전거. 일상에서도, 낯선 여행지에서도 자주 이용하는 자전거를 이동을 위한 수단으로 기억하는 것은 ‘자전거 타고 세계 일주’를 꿈꾸던 기자 친구 때문이다. 남미 여행에서 만난 스페인 친구 이수시아가 그 꿈을 실현하고 있었다.      


남미 대륙의 최남단인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에서 최북단인 콜롬비아의 국경 섬까지 자전거를 이용해서 1년 동안 여행을 한 것이다. 자전거에 숙소(텐트)를 싣고 다니던 그에게 여행의 목적이자 의미는 ‘자전거를 이용해서 남미 대륙을 횡단하는' '꿈'에 있었다.     


‘빽빽한 숲’(검은 숲)으로 유명한 독일의 여느 도시들처럼 베를린도 예외가 아니었다. 도심 속에 숲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숲 속에 도시가 있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을 받곤 했다. 자전거를 타고 싶게 만드는 숲의 도시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오토바이를 거의 이용하진 않지만 오토바이가 기억나는 것은, 가수 김광석이 공연 중에 말하곤 했던 ‘할리 데이비슨 타고 세계 일주’ 때문이다. 그 꿈을 실제로 이루고 있던 주인공을 중미 여행 중 파나마시티 호스텔에서 만났다.      


미국인 여행자의 ‘오토바이 세계 일주’ 여행담을 듣다가 김광석이 떠올라 호스텔 여행자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며 김광석 소개에 열을 올렸던 기억이 있다. 오토바이는 김광석을 생각나게 하고, 김광석은 ‘기타 매고 세계 일주’를 꿈꾸던 가수 친구를 생각나게 한다.     




‘자전거, 오토바이, 버스, 지하철, 기차, 배, 비행기, 택시’, 내가 여행을 하면서 이용했고 이용하는 이동 수단들이다. 쿠바에서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이동 수단을 이용한 적이 있다. 쿠바 남부의 해안 도시인 바라코아로 가는 길에 잠깐이지만 ‘모터사이클’을 이용한 것이다.      


체 게바라가 친구와 함께 남미를 여행하면서 이용했던 이동 수단인 모터 사이클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그 뜻밖의 만남으로 동행자였던 에이스와 함께 흥분하며 신나 하기도 했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체 게바라를, 그의 삶을 이야기해 주는 문장은 나에게 여전히 울림을 준다.  

    

게바라의 꿈은 ‘빈곤과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해방하는 것이었다. 의대생이었던 그에게 그와 같은 꿈이 생긴 것은 남미 대륙을 횡단하면서 목격한 ‘현실’때문이었다. 그의 여행은 자신의 삶을 바꾸어 놓은, 그에게 꿈을 심어준, 그를 꿈꾸게 한 시간이었다.      


게바라가 나에게 흠모의 대상인 것은 ‘인류의 해방’이라는 꿈의 내용이나 그 꿈의 실현 여부에 있지 않다. 사람마다 꿈꾸는 것이 다를 수 있고, 꿈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게바라는 의사가 될 수도 있었고, 한 나라의 관료로 살아갈 수도 있었다.    

  

삶의 여정에서 선택의 순간마다 그가 갔던 길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것이었고, 모든 시간을 오로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살다 간 것이다. 자신의 꿈을 이루며 살아가는 삶은 아름다워 보인다. 꿈꾸듯 여행하듯 또 다른 현실을 지어가는 그와 같은 삶을 ‘꿈꾸는 여행’이라고 부르고 싶다. 


         

2024. 1. 31.     



<대문사진> '모터사이클'을 타고 가며 영진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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