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돌이켜 보면 저는 항상 어설프고 실수가 많았어요. 그러지 말 걸, 좀 더 열심히 할 걸 그런 후회가 많았죠. 두 번째 기회가 있으면 어떨까, 그 사람과 다시 만나서 하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한번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어요.”(‘그 해 우리는’ 이나은 작가)
드라마 <그해 우리는> 이나은 작가의 인터뷰를 읽다가 폴란드의 시인 쉼보르스카의 시가 떠올랐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실습 없이 죽는다.”(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두 번’, ‘후회’와 같은 낱말이 겹쳐져 시인의 시가 떠올랐을 것이다. ‘두 번은 없다’는 말은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라는, 다시 오지 않을 지금의 소중함에 대해 말하는 것일 테다. 두 번째가 있거나 없거나 그 자체로도 소중한 지금이라는 시간에 충실하라는 것일 테다.
그런 줄 알면서도 지나고 나면 많은 이들이 한 번쯤 ‘두 번째 기회가 있으면’이라며 돌아보곤 하기 때문에, 다시 기회가 와도 처음과 또 다른 첫 번째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그해 우리는’이라는 드라마도, ‘두 번은 없다’는 시도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것일 테다.
2
이 작가는 “연수는 제가 했던 연애를 하는 인물이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고 어설프게 행동해 아쉬움과 후회가 남았다. ‘그때 좀 더 최선을 다할 걸’ 생각하며 만든 게 웅이다. 아낌없이 퍼부어주는, 꿈꿨던 연인의 모습이라 대비시키며 표현했다”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기회가 온다면 연수는 두 번째 연수가 될까. 첫 번째와 달리 아낌없이 퍼부어주는 연인이 될까. 중요해 보이는 것은 두 번째 기회가 오기를 바란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한 바람을 갖는다는 것은 두 번째 기회를 가질, 첫 번째와 다를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는 쉼보르스카의 시구에 따라 두 번째 기회가 온다는 것을 첫 번째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기회로만 여기기보다 두 번째 기회는 또 다른 첫 번째라고 여겼으면 한다. 웅이도 첫 번째와 다를 수 있으니 말이다.
3
이나은 작가는 “모두가 결핍이 있고,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상처와 화해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가지고 드라마를 쓰게 됐다”라고 말한다.
상처는 치유하여 완치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화해’라는 작가의 말이 와닿는다. 상처로 인한 ‘결핍’이 화해를 위한 두 번째 기회를 소망하게 하는 것이리라. 그 소망이 이미 화해를 부르는 행위라고 여긴다.
“누구나 누군가에게는 관찰자라고 생각한다. 방송국 카메라가 촬영해주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도 서로가 서로를 눈으로 기록해주고 있다. 힘든 순간만 있는 게 아니라 묵묵히 사랑을 주는 존재가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라고 이 작가는 말한다.
서로가 서로에 의해 존재할 수밖에 없기에 이미 존재할 서로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체온을 알아차리는 것은 내가 먼저 눈여겨 봐줄 때 너의 눈을 통해 나에게 전해질 것이다.
4
두 번째 기회는 나에게 첫 번째 기회이다. 해서 나에게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진다면, 첫사랑과 같은 첫 번째 기회를 다시 만난다면, 다시 온 두 번째 기회가 아니라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첫 번째 기회라고 여기고 ‘두 번은 없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말이다. 아니, 다시 한번 기회를 만들어야겠다면 말이다. 다시 너를 만나야겠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마치 처음 만난 것처럼 그렇게 다시 너를 만나야겠다는 말이다. 두 번은 없기에 말이다.
2022. 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