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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Dec 02. 2023

춤이라서 다행이다

춤을 좋아한다. 춤을 추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춤을 잘 추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춤을 출 일도 잘 없고 못 춘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그래도 춤을 좋아한다. 춤추는 것을 보는 것도 좋아하고 춤출 기회가 있으면 가볍게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타는 정도의 춤을 춘다.      


지금은 잘 기억도 안 나지만 ‘탈춤’을 배운 적이 있다. 안동에서 열리는 국제 탈춤 축제에도 몇 차례 다녀온 것 같다. ‘몸짓 패’들을 가까이할 기회가 있었고 그들의 ‘몸짓 공연’을 보면 흥분되기도 한다. 비보잉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춤’하면 발레가 생각나기도 한다. 영화 <빌리 엘리엇> 때문이기도 하고, 쿠바 여행에서 유명한 발레 공연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공연은 못 봤지만 대신 그들 공연단이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봤던 것도 춤이 떠올려주는 기억 중 하나다.     


나에게 ‘춤’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 것은 중남미와 쿠바 여행 때문일 것이다. 라틴댄스를 제대로 배운 것은 아니지만 그들과 춤을 매개로 함께 어울리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었다.      


실제로 춤을 추기보다 보는 것, 가볍게 즐기는 나에게 춤은 말 그대로 ‘즐거움’을 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춤을 실제로 추는 이들을 통해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더하자면, 춤은 몸짓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예술이지만, ‘유대’나 ‘결속’과 같은 단어와도 연결된다고 여긴다.


우리의 ‘탈춤’에도 해학적인 요소가 담겨 있듯이, 흑인들의 라틴댄스에도 즐거움을 넘어선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요소가 담겨 있다고 여긴다. 역사학자 최윤오는 <쿠바, 춤추는 사회주의>라는 책에서 쿠바 사회를 ‘춤추는 사회주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 의미는 쿠바 사회가 그들만의 방식으로 시간과 공간을 채워왔다는 것, 경직되지 않은 사회, 다양한 주민만큼 다양하게 혼종 된 종교를 인정하는 것, 그럴 수 있는 힘이 춤(문화)에 있기도 하다는 것이었다.      


개인적인 경험 속에 담긴 춤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웃 작가님이 소개하여 본 <유월>이라는 단편 영화 때문이다.     


영화는 춤이라는 몸짓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화가 나 벌칙을 주던 선생님의 하품으로부터 전염된 아이들의 몸짓이 애초에 아이들의 몸도 그들 사이도 분절된 병자들과 같은 것이었다면, ‘뭐 어때요. 괜찮아요’라는 유월의 위로의 말과 함께 선생님 혜림과 유월이 마주 보며 웃는 웃음을 통해 아이들의 몸짓은 그들을 연결해 주는 아름다운 몸짓으로 변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내 몸이 나에게 말한다. 전염된 것이 춤이라서 다행이라고, 춤은 우리를 이어주기도 하니까라고 말이다.



2023.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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