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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자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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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Apr 11. 2024

‘물질대사’로서의 노동

사이토 고헤이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 읽기

인간은 다른 생물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자연에 작용하여

다양한 것을 만들어 내면서 이 지구상에서 삶을 영위합니다.

의식주 등을 얻기 위해 인간은 적극적으로 자연에 작용하고

그 모습을 변화시키며 자신의 욕구를 충족합니다.

이러한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마르크스는 생리학 용어를

사용하여 ‘인간과 자연의 물질대사’라고 말했습니다.(20)  

   

‘물질대사’는 원래 화학·생리학 용어로 ‘생체에 들어온 물질이

다양한 화학변화를 거쳐 다른 물질이 되어 체외로 배출되는

과정’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먹은 것이 소화되어 영양이 되고,

필요 없는 것은 체외로 배출되는 과정이라고 말하면 쉽겠지요?

     

1850년대 이 개념을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한 사람은 독일의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Justus von Liebig, 1803~1873)입니다.

마르크스는 리비히의 저서를 열심히 연구하여 물질대사 개념을

『자본론』에 도입했습니다. 당시 이 개념은 자연과학 영역을 넘어

철학, 경제학 영역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었고, 마르크스 역시

이 개념을 이용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분석했습니다.     


이 개념은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던지는 메시지의 핵심에

접근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이 책은 물질대사론을

바탕으로 『자본론』을 읽어 나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필자는 마르크스를 따라 ‘노동’이라는 행위를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인간이 자연과의 물질대사를 조절하고 통제하는 행위가

바로 ‘노동’입니다. 예를 들어 『자본론』 제1권 5장 1절 ‘노동과정’에서

마르크스는 다음과 같이 ‘노동’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노동은 우선 인간과 자연 사이의 한 과정, 즉 인간이 자신의

행위로 자연과의 물질대사를 매개하고 규제하고 제어하는

한 과정이다.”(192/237)


도시에 살다보면 잊기 쉽지만, 인스턴트 라면도 컴퓨터도 자연을 이용하지

않고는 만들 수 없습니다. 마르크스는 자연과의 물질대사는 인간의 생활에서

“영원한 자연적 조건”이라고 말했습니다(198/246). 즉,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우리는 결코 자연과의 물질대사를 떠나서 살 수 없으며,

그러한 한에서 노동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22)



[출처]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 사이토 고헤이 지음, 정성진 옮김, arte 2024, 20~22.



2024.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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