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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Dec 07. 2024

살게 하는

정태춘, 김광석, 안치환을 동시대에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삶에서 행운이 아니었던가 싶다. 지구를 떠나기 전에 기록해두고 싶은 ‘사건’이기도 하다.     


조용필과 김창완의 음악을 애청하며 애창하며 텔레비전에 나오는 가수의 꿈을 키웠던, 나와 그 ‘사건’을 함께 했던 그 친구는 정태춘의 음악에 눈물 흘렸고, 안치환과 함께 무대에 오르기도 했지만, 김광석의 길을 갔다고 해야 하겠다.      


물론, 그 누구도 아닌 그의 길을 간 것이다. 그리고 그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가수가 되었다. 어릴 적부터 꾸던 꿈을 이룬 것이다. 축하 인사 제대로 못 했지만 기쁜 일이다.     




정태춘, 김광석, 안치환을 떠올리면서 한 친구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음악에 대해, 혹은 예술에 대해 그와 나눈 흔적들이 떠올라서다.     


동시대의 하나의 현실을 살았던 그들이 노래했던 것은 하나였을까. 현실은 하나였지만 그들이 드러낸 현실과 드러내는 방식은 달랐다. 하나의 현실이지만 그들은 다른 삶을 산 것이다.      


무엇을 드러내야 하며 어떻게 드러내야 할까. 현실에 대한 그들의 받아들임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차이는 있겠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야 한다면 말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노래하는 현실과 방식은 달라 보였다.      


하나의 현실이지만 그 현실을 그들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여긴다. 하나의 현실을 살아낸 그들의 삶을 노래한 것이다. 그들이 보고 듣고 느낀 현실을 노래한 것이다.      




그들의 노래, 음악, 예술은 나에게, 너에게, 우리에게 무엇이었을까. 현실에 대한 자각일 수도 있고, 저항일 수도 있고, 위안일 수도 있고, 즐거움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무엇이든 그들의 음악과 함께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그들에게도 우리에게도 소중한 기억으로, 삶의 흔적으로 남은 것이다.      


하나의 현실을 다르게 사는 우리들이 함께할 수 있었다는 사실,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그들의 음악이, 예술이 가진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이 아닌가 싶다. 



2024.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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