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듣고 있으니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장면들이 스친다. 그 둘 사이에는 무슨 연관이 있을까. 감독(혹은 음악감독)이 영화의 특정 장면의 배경음악으로 선택함으로써 그들 사이에 연관이 생긴 것이겠다.
언제부터인가 음악을 듣다 보면 생각나는 영화들이 많아졌다. 영화 속 음악이 아니라 음악 때문에 영화가 생각나는 것이다. 영화 OST를 따로 작곡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유명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쓴 경우에 주로 그런 것 같다. OST가 영화보다 더 기억되는 경우도 있다.
모차르트만 해도 ‘클라리넷 협주곡’(아웃 오브 아프리카), ‘피아노 협주곡 21번’(앨비라 마디간), ‘피가로의 결혼 중 산들바람이 부드럽게’(쇼생크 탈출) 등이 떠오른다. 모차르트 음악을 영화로 먼저 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영화 <아마데우스Amadeus>는 모차르트를 영화화하였기에 모차르트의 음악이 영화 전반에 등장한다. 그 중에서 교향곡 25번 1악장을 좋아하는데 모차르트스럽다는 느낌을 갖고 있는 곡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만나는 모차르트는 프리랜서 작곡가, 권력 앞에서 당당했던 작곡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노동에 시달리던 작곡노동자이다. 영화의 모티프가 된 것은 ‘독살설’이다. 그 배후에는 안토니오 살리에르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세간에 떠도는 하나의 설說일 뿐이다.
당대의 작곡가로 세상의 인정을 받았음에도 모차르트의 천재성에 의해 스스로 ‘평범한’ 작곡가가 되었다며 고통스러워하며 모차르트를 시기하고 질투하다 마침내 모차르트를 독살하기에 이르렀다는 설이다.
시기와 질투가 때론 결핍을 채우는 힘이 되기도 하는데 살리에르에게는 그러지 못한 것 같다. 모차르트와 또 다른 작곡가로서 인정을 받았음에도 스스로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며 고통스러워하다 무너져가는 모습 역시 스스로 창조한 것이겠다.
살리에르의 시선에서 쓰이고 있는 영화에서 살리에르의 고통보다, 모차르트의 천재성보다, 모차르트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겪는 고통, 작곡을 향한 열정에서 마주하는 고통이 더 마음에 에 와 닿았다. 사람으로서, 예술가로서 흔히 겪게 되는 고통이어서 일 것이다.
모차르트가 ‘안식’을 뜻하는 레퀴엠(Requiem)을 작곡하며 죽어가는 부분에서 음악은 영화에 극적인 효과를 더한다. 그 때문인지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들을 때면 모차르트의 고통이 떠올려지기도 한다.
2024. 1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