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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해서도

by 영진


예쁘고 잘 생긴


예쁜 남자 잘 생긴 여자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

예쁘고 잘 생긴 기준이 다를 뿐



이유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유가 없을 리 없지

이유가 많으면 많이 좋을까

이유 없이 좋은 게

진짜 좋은 거라는 전설이

알고 보면 많을 이유


(2018. 2. 4. 영진)



모든 사랑은 오해다. 그를 사랑한다는 오해, 그는 이렇게 다르다는 오해, 그녀는 이런 여자란 오해, 그에겐 내가 전부란 오해, 그의 모든 걸 이해한다는 오해, 그녀가 더없이 아름답다는 오해, 그는 결코 변하지 않을 거란 오해, 그에게 내가 필요할 거란 오해, 그가 지금 외로울 거란 오해, 그런 그녀를 영원히 사랑할 거라는 오해...

그런 사실을 모른 채 사랑을 이룬 이들은 어쨌든 서로를 좋은 쪽으로 이해한 사람들이라고, 스무 살의 나는 생각했었다. 결국 내게 주어진 행운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 서로의 이해가, 오해였음을 깨닫지 않아도 좋았다는 것... 해서 고스란히 서로가 이해한 서로를 영원히 간직할 수 있었다는 것...


(박민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중에서)




사람을 좋아하는 기준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이유 없이 좋은 게 진짜 좋은 거라고 하지만 알고 보면 이유는 많다.

저 나름의 기준에 따라 좋아할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저마다의 기준에 맞기 때문에, 저마다 좋아할 만한 이유가 있을 때, 호감이 가는 것이다.

이제까지 없던 호감이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제까지 가지고 있던 저 나름의 기준과 이유로 인해 본능적으로 끌리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서로의 호감, 혹은 끌림의 정도나 강도에 따라 사랑을 꽃피울 정도나 강도도 결정될 것이다.

그 호감과 끌림의 정도나 강도가 서로 비슷하다면 사랑이 꽃 피기 쉬울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호감과 끌림의 정도나 강도가 어느 한쪽으로 기운다면 짝사랑에 그치거나 사랑을 꽃 피우기 힘들 수 있다.


어느 한쪽이 강하게 호감을 느끼고 이끌려 사랑을 성취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서로 첫눈에 호감을 느끼거나 이끌리더라도 사랑을 꽃 피우는 과정에서 호감과 끌림이 희석될 수도 있고, 시들다 사랑에서 멀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만나고, 좋아하고, 사랑을 꽃 피우는 과정에서 수많은 오해가 발생할 것이다.

그럼에도 사랑을 꽃 피우고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은 서로를 좋은 쪽으로 이해한 때문일 수 있다. 서로를 좋은 쪽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 마다의 기준으로, 이유 없어 보이는 이유로,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의해, 알 수 없는 어떤 사정으로 인해, 그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에 그 사람을 좋은 쪽으로 이해하려하고 할 것이다.




세상사가 그러하듯, ‘사랑에 관해서도’ 수 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할 수 있다고, 세상 모두가 일반적이라고 여기는 ‘사랑’이 있다 하더라도, 또한, 사랑은, 사랑의 모양은 지역마다 사람마다 다양하며, 사랑을 하려는 두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지극히 개별적인 행위라고, 나는 그렇게 여기는 편이다.



2024.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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