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석 형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어디를 여행하고 있을까.
어디에선가 노래를 부르고 있겠지. 지금 이 시대의 우리를 위한 노래를 말이지.
가볍게 산다는 건 결국은 스스로를 얽어매고
세상이 외면해도 나는 어차피 살아 살아 있는걸
아름다운 꽃일수록 빨리 시들어 가고
햇살이 비치면 투명하던 이슬도 한순간에 말라 버리지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김광석, ‘일어나’ 중에서)
일어나~ 일어나~ 하면서 다 같이 일어나서 부르기도 했더랬지.
봄의 새싹들처럼 말이지.
이 계절의 매서운 겨울바람에 생각나는 광석 형의 노래는 이 노래야.
노랫말 때문이라기 보다 역시나 형의 까랑까랑한 목소리 때문이겠지.
매서운 추위와 깜깜한 어둠 속을 걸어 나가게 하는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겨울 공기처럼 시원한 힘의 목소리 말이지.
난 항상 어떤 초조함이 내 곁에 있음을 느껴
친구들과 나누던 그 뜻 없는 웃음에도
그 어색하게 터뜨린 허한 웃음은 오래 남아
이렇게 늦은 밤에도 내 귀에 아련한데
그건 너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때문이야
그건 너의 마음이 병들어 있는 까닭이야
(김광석, ‘그건 너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때문이야’ 중에서)
수년 전 쿠바 아바나의 호아끼니 까사의 방명록에
형도 알만한 분들이 며칠 전 다녀 간 흔적이 그 곳에 남아 있어서
너무 반가웠던 기억이 있어.
형 생각도 나고 혹여나 다른 도시에서 노래하며 그림 그리며 여행하는
그들을 만날 수 있다면 하고 잠시 설레기도 했었지.
2024.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