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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보살피는 경영

by 영진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라면 “직접민주주의와 노동자 자주관리”라는 두 가지 원칙의 결합에 의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우리255)


노동자 자주관리의 원칙은 만약 당신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면 당신은 그것이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있어서 동등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방식에 대해 동등한 발언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우리254)


마이클 앨버트Michael Albert가 제안한 참여경제 체제(즉, 파레콘parecon)에 깔려 있는 원칙은 어떤 형식의 작업장 조직이 진짜 민주적인 작업장을 만들 것인지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그 대답은 “균형 잡힌 노동 분담 체계”, 즉 그 안에서 모두가 일정 분량의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행정적 노동을 해야 하는 조직이다.


직접민주주의 원칙은 어떤 활동 프로젝트에서 영향권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그것이 실행되는 방식에 대해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우리254)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작은 마을에 제지공장이 있다면, 그 공장에 어떻게든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들이 그 공장의 휴가 정책에 관여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하고 싶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또 마을 사람들은 그 공장에서 지역의 강에 무엇을 흘려보내는지 알고 싶어 할 이유도 충분하다”(우리255)고 쓰고 있다.




다니엘 마코비츠는 ‘노동자 민주주의’의 핵심으로 “관계를 보살피는 경영”을 강조한다. 그는 브라질의 고무 제품 생산업체인 ‘메르쿠르Mercur’의 경영을 예로 든다.


메르쿠르의 인사 시스템은 수평적이다. 성과주의와 능력주의가 아니라 ‘관계 중심 경영’이라는 것이다. 부서로 나누기보다 프로젝트 중심으로 운영했다. 즉,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지원자를 받았기에 운전사로 입사하더라도 특정한 프로젝트에 참가한다면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운전사가 아닌 그 업무를 수행하는 담당자라고 인식한다. 회사의 주요 프로젝트는 모든 직원의 투표로 선정한다.”(내일169)


마코비츠에 따르면 “메르쿠르는 2009년 이후 단 1명의 노동자도 해고하지 않았다. 매출이 급감했던 2014년에는 해고를 피하려고 전 직원이 대책 회의에서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의결했다. 노동시간을 주 44시간에서 36시간으로 줄이되, 임금은 이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임금이 줄어들지 않은 것은 근속에 따른 인상분과 그해 임금 인상을 동결함으로써 가능했다.


2016년부터는 흑자로 돌아섰다. 흑자로 돌아서면서 임금을 8퍼센트씩 인상했지만, 노동시간은 주당 36시간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남녀 임금 차이도 없고,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적용한다.


이들이 노동자들 사이의 평등성을 지향하는 이유는 메르쿠르가 추구하는 가치인 ‘관계’와 관련한 것이자, 실제 심리학자들과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회사 경영에 더 유리하다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내일169)



“금융의 사회화”를 주창하는 그레이스 블레이클리의 여러 방안들 중에는 “국민을 위한 자산관리자 도입”이 있다. 블레이클리는 “사회주의 정부로서는 민주적으로 소유되고 경영되는 대안을 만드는 것이 대단히 혁신적인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도둑313)


그는 “경제 전체의 소유권을 지속적으로 사회화하기 위해, 글로벌 투자은행이 자산관리부문을 두고서 그들의 대출행위에서 발생하는 투자 기회를 활용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국립 투자은행과 함께 활동할 국민을 위한 자산관리자를 양성할 것”을 제안한다.(도둑313)



2023. 2. 10.




-안희경: 『내일의 세계』, 메디치 2021, D. 마코비츠: 「능력주의와 불평등」참고.

-G. 블레이클리:『금융도둑』, 안세민 옮김, 책세상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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