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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권력의 극단

by 영진

윤석열씨가 홍장원씨에게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해’라고 전화했다는 14명, 노상원씨가 배에 태워 해상에서 선박째 폭파하려 했다는 500여명.


그들은 무슨 죄를 지은 것일까. 그들이 무슨 죄를 지었든 그 죄를 윤석열, 노상원씨가 물으려 했던 방식이 합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며칠 전 홍장원씨가 어느 방송에 출연해 자신을 ‘40년간 빨갱이를 잡아 온’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그런 자신을 어느 유튜브에서 ‘좌익 빨갱이’라며 거짓 방송을 한다고 짚은 바 있다.


노상원씨 표현대로 ‘수거’해서 ‘처리’하려 했던 500여명은 모르겠으나, 윤석열씨 표현대로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려’했던 사람들이 ‘빨갱이’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적어도 홍장원씨의 기준에서는 아닌 것이었겠다. 만약, 그들이 ‘빨갱이’였다면 홍장원씨가 싹 다 잡아들여 정리했을 테니 말이다.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빨갱이’는 무엇이며, ‘국정원’은 무엇이며, ‘합법적’은 무엇이며, ‘국가’는 무엇이며, ‘권력’은 무엇이며, 온갖 잡스러운 물음이 들어서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


남북 분단의 비극을, 민간인들의 비극을, 국가 권력의 특권적 지위를, 정부 관료 및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권력 보위를 위한 정치 도구로 이용하는 한반도의 현실이 극단에 이른 것 같아 참담한 마음이 들어서다.


더 이상 우방은 없다는 차가운 제국주의 시대에, 함께 지혜를 모아도 살아남을지 알 수 없는 시대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런 잡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 밖에 없네.



2025.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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