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승부를 즐겼을까. 두 사람의 승부는 준비 과정에서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 마치 목숨을 건 사투와 같았다. 어디에서 즐거움을 말할 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치열했다.
다만, 즐긴다는 것이 승패를 떠나 승패로부터 자유롭거나 초연해진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승패를 떠나거나 말거나 승부의 과정에 치열하게 몰입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그런 의미에서라면 두 사람은 승부를 즐겼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그들 중 누구도 패하지 않은 모두가 승자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승리의 기쁨이나 패배의 굴욕에 지배당하지 않은’ 자신의 삶을 그들은 즐긴 것이다.
-하영진, ‘승부를 즐겨라!?’, <보라의 시간> 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