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으로, ‘상호 인정’의 관계를 지향하는 입장도 존재합니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그렇게 공멸해 가는 끝없는 전쟁 같은 사회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죠. 모두가 승자일 수 있는 사회는 아니더라도 승자와 패자만 존재하는, 소수만이 승자이고 대다수가 패자인 사회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런 사회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인정을 받겠다는 욕망은 인간 본성이기에 ‘생사를 건 투쟁’(헤겔), ‘인정 투쟁’(악셀 호네트)은 불가피하지만, 인정받기 위해서는 인정해 줄 상대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해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 주어야 할 이유가 생기는 것이죠.
인정받기 위해서는 인정해 줄 상대가 필요하니 상대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죠. 인간은 관계를 떠나서 살 수 없는 관계적 존재, 서로 의존(의지)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해서, 어떻게 ‘관계’를 이루며 살 것인가라는 ‘관계’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겠습니다.
-하영진, '상호 인정의 관계', <보라의 시간> 83-84쪽.